해외통신원 소식

유럽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한국인 클래식 연주자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4.05

“너무 많은 찬사를 받으며 공연을 잘 마쳤습니다. 뛰어난 실력의 젊은 음악인들 덕분에 한국인임이 너무 뿌듯한 날이었어요. 이 사람들이야 말로 진정한 애국자라고 생각합니다. 콘서트를 감상한 관중들 모두 연주자들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했어요.”


지난 3월 17일과 19일 앤트워프에 열린 낭만주의 실내악(Romantic Chamber Music) 연주회에 대한 위와 같은 러브투아츠 갤러리(Love2Arts Gallery)의 진승연 대표의 소감은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클래식 연주자들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두 번의 클래식 연주회 중 첫 번째 날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박휘연, 박예지, 비올리스트 이지혜와 첼리스트 문광균 연주자로 구성된 ‘루체테 현악 4중주(Lucete Quartett, 루체테 콰르텟)’와 오보에 연주자 이다훈이 하이든, 모차르트, 슈만의 곡을 연주하였고, 둘째날은 루체테 콰르텟과 피아니스트 김우람이 모차르트와 브람스를 연주했다. 이번 연주자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어떻게 이들의 음악이 벨기에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음악을 연주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 시대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통감하고 코로나와 전쟁으로 슬퍼하는 유럽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자 고민하는 한국인 연주자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왼쪽부터 박휘연(바이올린), 박예지(바이올린), 이다훈(오보에), 이지혜(비올라), 문광균(첼로)>

<왼쪽부터 박휘연(바이올린), 박예지(바이올린), 이다훈(오보에), 이지혜(비올라), 문광균(첼로)>


<루체테 콰르텟과 피아니스트 김우람(맨 중앙)>

<루체테 콰르텟과 피아니스트 김우람(맨 중앙)>


모두 한국인 연주자들로 구성된 루체테 현악4중주는 관악기 등 다양한 악기들과 화음을 이루며 유럽과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앙상블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박휘연은 현재 마인츠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콘체르트엑자멘) 과정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에서 실내악전문 석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박예지는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실내악전문 석사과정과 칼스루헤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병행하고 있다. 비올리스트 이지혜는 독일 칼스루헤 국립음대에서 솔리스트 과정 석사,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친 후 데트몰트 국립음대에서 오케스트라 전문과정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에서 실내악전문 석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첼리스트 문광균은 칼스루헤 국립음대 석사 과정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실내악전문 석사과정을 병행하고 있다.

 

17살 나이에 Mozart - Oboe concerto 연주로 데뷔한 오보이스트 이다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위 취득 후 아르덴테 챔버 오케스트라(Ardente Chamber Orchestra,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전문 연주자들로 구성된 실내 관현악단)의 수석이며 그 외 여러 국제 콩쿨 입상은 물론 솔리스트로서 많은 연주 활동을 한 이미 유럽에서도 그 스타성을 인정받은 인재이다. 현재 독일 함부르크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유럽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천재 소년으로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 김우람은 칼스루헤 국립음대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본 대학에서 최고연주자과정과 함께 5년간 학생 강의를 하고 있다. 독일 전 지역에서 개최되는 여러 국제 콩쿨에서 1등으로 입상했으며, 이탈리아, 프랑스, 체코 등 유럽에서 열리는 콩쿨에서도 여러 차례 1등을 하였다. 이미 솔리스트로 독일 및 유럽 전 지역의 주요 오케스트라들과의 협연으로 연주자 활동을 해 오고 있으며, 피아노 연주자 뿐만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그 명성을 쌓고 있다.


<관객들에게 큰 찬사를 받은 연주회 장면>


이번 벨기에에서의 콘서트는 어떻게 벨기에에서 열리게 되었나요?

박예지: 작년 여름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주가 취소되고 연주자로서 설 수 있는 무대가 없을 때 정말 감사하게도 국제 예술 아카데미(International Academy of Arts, 30년 역사의 벨기에 비영리 문화재단)가 매년 주최하는 여름 축제에 루체테 콰르텟이 참가하여 벨기에 관객들을 처음 접하는 뜻 깊은 기회를 가졌던 것이 계기가 되었고, 이번 콘서트는 러브투아츠 갤러리 기획사와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벨기에 소로다 비영리문화재(Sorodha, Société Royale d'Harmonie)의 초청으로 이루어 졌습니다.

 

비록 여전히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고 전쟁으로 인해 또 다른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지만 연주자로서 이 상황에 대해 함께 애통해 하며, 이번 공연에는 오보에와 피아노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시기로 인하여 독일에서 예정 되어있던 연주들도 줄줄이 취소가 되어 힘든 시기였는데 이번 초청연주로 인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음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유럽의 중심지인 벨기에에서 더 많은 관객들께 저희의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한 곡명은 무엇인지, 이 곡들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박휘연: 이번 콘서트 중 마지막 연주곡인 슈만 현악 사중주 3번 단조(R. Schumann stringquartet no.3 a minor)는 작곡가인 슈만이 아내인 클라라와 여건 상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아내를 그리워하며 작곡했다고 합니다. 코로나와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떨어져야만 하는 아픔과 그리움을 음악으로 채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곡을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다훈: 첼리스트 문광균과 오랜 인연으로 처음 벨기에 관객들 앞에 서게 된 이번 공연에서 모차르트 오보에 4중주 F 장조(Mozart Oboe Quartet in F major)를 연주했습니다. 저에게는 F 장조가 특별히 음악적으로 더 깊이를 느끼는 장조이며 오보이스트들에게는 꼭 해내야 하는 레파토리 중 하나이고 모차르트가 작곡한 유일한 오보에 4중주 곡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보이스트들이 악기특성 상 어려운 높은 F음이 곡에 있는 관계로 평상시에 많이 연주하지 않고 있어 이번 공연이 저 자신에게도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동시에 오래 마음속에 품었던 곡을 루체테 콰르텟과 함께 벨기에 관객들에게 오보에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나누고자 하였습니다.


<낭만주의 실내악 연주회 장면>

<낭만주의 실내악 연주회 장면>


벨기에에서 이번 공연은 연주자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유럽에서 클래식 연주자로 활동하고 계신 소감 부탁드립니다.

김우람: 벨기에에서 공연은 처음입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2년동안 연주활동을 거의 없다시피 하여 관객들과의 소통이 거의 없으니 음악을 하면서도 음악이 아닌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관객들과의 소통 뿐만 아니라 연주자들과 동시에 이중 소통을 할 수 있는 실내악으로 다시 연주라는 세계에 들어갈 수 있어서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습니다. 독일에서는 아직 코로나로 인해 연주들이 취소되는 요즘, 루체테 콰르텟과 아름다운 벨기에에서 또 음악을 진심으로 즐겁게 들어 주시는 관객들 앞에서 연주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좋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유럽에 와 한국에서의 활동 기회가 아직 없이 유럽에서만 음악인으로 살아봤지만, 클래식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아직 많이 계신 이곳에서 연주할 때, 또 특히 연주 후 유럽인들과 외모가 다른 사람으로서 음악이라는 언어로 소통할 수 있었던 상황이 많았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음악애호가 분들이 무대 뒤로 찾아와서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소소한 것까지 물어봐 주시는 것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유럽에서 활동을 하며 음악의 근본적인 목표인 스토리를 들려줌으로써 서로 교감하고 특히 공연 후 다른 말보다 ‘고맙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 게 가장 행복합니다.


한국과 유럽에서 클래식 연주자로 많은 연주 경험이 있으신데요, 한국과 유럽의 공연 문화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끝으로 이번 공연에 대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문광균: 벨기에는 진승연 대표님과의 인연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 유럽에서 처음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곳이기도 합니다. 대학시절부터 군악대에 있을 때까지 한국에서 수많은 행사와 연주를 해왔습니다. 저에게 한국에서의 클래식 연주생활이 무대에서 끝나는 공연이라면, 유럽에서의 연주는 공연 이후 관객과 함께 연장되는 또 다른 공연으로 다가옵니다. 다른 연주자들도 언급했듯이 이곳에서는 연주자와 관객이 공연 후 음악과 그 날 연주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공감하고 동시에 또 다른 깨달음을 얻어가는 행복이 있습니다. 끝으로 코로나와 전쟁 가운데 유럽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달할 수 있는 연주회가 열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러브투아츠 갤러리 진승연 대표님과 소로다 문화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진 출처 : 진승연 대표



고소영

성명 : 고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벨기에/겐트 통신원]
약력 : 겐트대학원 African Languages and Cultures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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