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아시아 현대미술 거장 3인의을 작품 모은 추상적 서광(Abstract Radiance) 전시회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4.07

단색화 거장’으로 알려진 박서보 화백의 작품을 타이완의 타이베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타이베이의 종산 지역에 위치한 치니갤러리(영문명 Chini gallery)에서는 추상적 서광(영문명 Abstract Radiance)이라는 제목으로 박서보 화백의 작품을 3월 26일에서 오는 5월 8일까지 선보인다. 박서보 화백은 문화예술 분야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 거장으로, 작품의 주요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도쿄도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구겐하임 아부다비, 그리고 홍콩 M+미술관 등이 있다. 이러한 박서보 화백의 이번 전시는, 기존 팬이었던 한인들 뿐만 아니라, 박서보 화백의 전시를 오랜 시간 기다려온 타이베이의 미술팬들 모두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박서보 화백이 참여한 전시 추상적 서광의 포스터 – 출처 : 치니갤러리>

<박서보 화백이 참여한 전시 추상적 서광의 포스터 – 출처 : 치니갤러리>


작품만큼이나 박서보 화백의 인생 또한 세간의 주목을 받아 왔다. 박서보 화백의 딸인 박승숙이 아버지의 삶을 정리해 쓴 책 『권태를 모르는 위대한 노동자』의 속의 이야기는 박서보 화백의 미술만큼이나 흥미로웠다. 박서보 화백은 전쟁을 겪은 세대이고, 어려운 사회 속에서 수많은 동료들이 자유로운 예술을 위해 해외로 나가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에 남아 작품 활동과 후학 양성에 힘썼다. 그런 그의 작품을 이제는 해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31년생인 박서보 화백의 2022년은 누구보다 바쁘다. 타이베이에서 전시가 진행되는 동시에 도쿄의 화랑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오는 4월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가 진행중인 치니 갤러리 – 출처 : 통신원 촬영>

<전시가 진행중인 치니 갤러리 – 출처 : 통신원 촬영>


박서보 화백과 함께 참여하는 작가들도 쟁쟁하다. 호 칸(영문명 HO Kan) 작가와 마츠타니 타케사다(영문명 MATSUTANI Takesada) 작가가 본 전시에 함께 참여한다. 큐레이터 에머슨 왕의 큐레이션으로 구성된 본 전시는 박서보, 호칸, 마츠타니 다케사다라는 세명의 전설적인 거장이 만들어낸 역사에 주목했다. 이 세 작가는 추상 회화의 선구자로서 아시아 현대미술에서의 커다란 궤적을 남겼다. 서구 사상이 미술을 지배하던 시기에, 이들은 사상을 융합하고 변증법 적으로 반영하며 그들 자신의 문화적 주체성과 탈식민화 과정을 재해석해 왔다. 더불어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전통과 관습에 과감하게 도전하기도 하였다.

 

추상 미술계의 선구자인 이 세 인물은, 서울에서 열린 아트포럼에서 처음으로 같은 무대에서 만나 각자의 여정을 대중과 함께 공유한 바 있다. 2022년 3월, 이번 치니 갤러리에서 열리는 그룹전은 그들의 첫 합동 전시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배경을 보유하고, 각자 다른 창작의 길을 걸어왔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적 갈등과 소란이 가득한 아시아에서 예술을 통해 내면의 목소리를 표현해왔다. 그들의 작품의 매체와 창작적 접근 방식은 크게 다르지만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는 흥미로운 공통 분모가 있다. 다름 아닌 영성에서 출발하여 작품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동양의 추상적인 영성 개념을 구현한 작품을 만들어 왔으며, 이를 통해 무행위가 이끄는 궁극적인 순수성을 추구한다.

 

본 전시를 둘러싼 현지의 관심은 뜨겁다. 대만의 예술 전시회를 주로 소개하는 웹사이트 아트 엠퍼러의 인기 전시회 순위에서 해당 전시는 3월 28일 현재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시를 보다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여러 강연들 또한 대기중이다. 오는 4월 9일에는 전시와 관련한 학술 심포지엄이 열리며, 4월 30일에는 1950년대 이후 대만의 추상 미술 운동을 주제로 한 학술강의가 열린다. 전시를 보다 풍부하게 경험하고 싶은 현대 미술의 팬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전시가 진행중이 치니 갤러리의 전경, 미술 작품 뿐만 아니라 도록과 도서를 함께 전시해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전시가 진행중이 치니 갤러리의 전경, 미술 작품 뿐만 아니라 도록과 도서를 함께 전시해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는 타이베이이기에, 평일 오전의 오픈 시간에 맞추어 갤러리를 찾아보았다. 미술관을 찾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이 10시 30분인지라, 여러 관람객을 마주하지 않고 조금은 여유롭게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본 전시에는 <묘법(描法) Ecriture No.060817-08>을 포함한, <묘법> 연작의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묘법> 연작은, 수행하듯 반복하듯 선을 긋는 작품으로 박서보 화백의 대표작에 속한다. 같은 자리에서 한참 동안 서서 작품을 관람했다. 고요한 가운데 생동감이 살아있는 선들을 하나씩 관찰할 수 있었다. 본 전시가 진행중인 치니 갤러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아시아 아트 센터에서는 3월 26일부터 작가 주밍의 솔로전을 진행중이다. 두 전시를 함께 보는 것도 좋은 주말 계획이 될 듯하다.

 

※ 참고자료

치니 갤러리 공식 홈페이지, https://www.chinigallery.com/

아트엠퍼러, https://artemperor.tw/

《중앙일보》 (22. 3. 15.) <90세 화가 박서보의 우직한 봄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5399

《우드플레닛》 (21. 9. 23.) <박서보 개인전 <PARK SEO-BO> 전...‘흡인지’의 연유>, http://www.woodplanet.co.kr/news/newsview.php?ncode=1065540748559944




박소영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대만/타이베이 통신원]

  • 약력 : 전) EY(한영회계법인) Senior 현)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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