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어르신 한글교육 회복을 위한 볼가람 한글학교의 도전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4.01

한글학교 교육 현장에서 가장 가르치기 힘든 학습 대상은 학습에 대한 동기가 없거나 약한 그룹이다. 한글을 배우려는 뚜렷한 목표나 이유 없이 수업에 참여해야 하는 학습 상황은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피곤하고 무의미한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반대로 한글이 자신이 잃어버린 모국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한글 학교를 찾는 학습자들은 교사들의 열정과 사기를 북돋는 대상이다. 이렇게 한글 학습에 대한 높은 동기부여를 가진 학생들과 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열정의 교사가 어우러진 한글학교 교실은 학생과 교사 쌍방이 모두 즐겁고 행복한 이상적인 교육 현장이다.


러시아 남부도시 볼고그라드에 위치한 [볼가람 한글학교] 어르신 한글학교 교실에는 항상 웃음과 즐거움이 가득하다. 한글 학습 동기가 분명한 고려인 어르신들 덕분이다. 동시에 학습 대상들의 한글 교육 동기를 잘 파악하고 학습자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교육 방법론을 활용하는 교사들의 열정과 역량 덕분이다

러시아 남부도시 볼고그라드에 위치한 [볼가람 한글학교] 어르신 한글학교 교실에는 항상 웃음과 즐거움이 가득하다. 한글 학습 동기가 분명한 고려인 어르신들 덕분이다. 동시에 학습 대상들의 한글 교육 동기를 잘 파악하고 학습자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교육 방법론을 활용하는 교사들의 열정과 역량 덕분이다.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볼가람 한글학교](교장 : 심용보) 어르신 한글 교실에는 웃음꽃이 만발하다. 본교는 러시아한글학교협의회 소속 33개 한글 학교 중 가장 최근에 등록된 한글학교다. 러시아와 유럽에서 가장 긴 강인(3,700km) '볼가'와 강이란 의미의 순수 우리말 '가람'을 엮어 탄생한 [볼가람 한글학교]는 러시아 남부 볼고그라드시에서 약 50km 떨어진 '베르흐네뽀그롬노에' 지역에 있다. 이곳은 전체 거주민이 약 1,000명인 작은 시골 마을인데, 이 중에서 약 20%에 해당하는 200명이 고려인들이다. 2018년 12월 22일 개교한 [볼가람 한글학교]에는 현재 20명의 [성인반]과 12명의 [어린이반], [청소년]반이 운영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성인반] 한글 학교 수업 정경. 학생 대부분은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이주 2세대 60대 이상 어르신들이다. 아동, 청소년기에 중앙아시아에 살던 어르신들은 고려인 집단 농장인 칼호스나 일반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운 경험이 있다. 그러나 자라난 환경과 지역에 따라 일부 어르신들은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경우도 많다.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성인반] 한글 학교 수업 정경. 학생 대부분은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이주 2세대 60대 이상 어르신들이다. 아동, 청소년기에 중앙아시아에 살던 어르신들은 고려인 집단 농장인 칼호스나 일반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운 경험이 있다. 그러나 자라난 환경과 지역에 따라 일부 어르신들은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할 [볼가람 한글학교] [성인반] 학생 중 절반은 이주 2세대인 60세 이상 어르신들이다. 2018년 개교 후에 가장 확실한 동기 부여를 갖고 학습에 임하는 반이었다. 때로는 기억력과 체력이 받쳐 주지 않을 때도 있었으나 이 어르신 학생들에게 한글학교는 잃어버린 모국어인 한글과 자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한국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코로나19가 노약자들에게 치명적인 질병이 된 것처럼, [볼가람 한글학교] 역시 코로나19로 어르신 학생 대상 한글 교육에 큰 치명타를 입었다. 코로나19로 가장 열정적이던 [성인반]은 가장 안타까운 반이 되었다. 한두 가지 기저질환을 가진 어르신들은 코로나를 두려워했다. 또한, 어르신의 자녀들은 모여서 수업을 하고 식사까지 하는 한글학교 수업이 건강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 한글학교 수업 참석을 반대했다. 급기야 한글이 연세도 많은 부모님에게 왜 필요하냐며 수업 의지를 꺾는 이야기까지 오갔다. 자녀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어르신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건강상 이유와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수업에 참석할 수 없었고 당연히 한글 학습에 대한 동기와 열정도 식어갔다.


[볼가람 한글학교] 성인반 학습 과정에서 식탁 교제는 무척 중요하다. 한글학교에 오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한국어 ‘식구’의 개념, 즉, 같이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성인반]이다. 한동안 코로나19로 이 기쁨을 누릴 수 없었다.

[볼가람 한글학교] 성인반 학습 과정에서 식탁 교제는 무척 중요하다. 한글학교에 오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한국어 ‘식구’의 개념, 즉, 같이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성인반]이다. 한동안 코로나19로 이 기쁨을 누릴 수 없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성인반] 수업은 전화와 영상을 통해 간간히 명맥을 이어나갔다. 40대와 50대 학생들에게는 그럭저럭 대안이 되는 수업이었으나, 60대 이상 어르신들에게는 인터넷 상황 등 많은 한계가 있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은 약 1년 반 정도 지속되었다. 러시아에 백신이 활발하게 보급되고 정서 자체가 위드 코로나로 돌아서고 무엇보다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감소하면서 [볼가람 한글학교]도 새로운 준비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19 속에서 한글 학습에 대해 마음도 의지도 놓아버린 어르신들의 학습 의욕과 동기 회복을 위한 새로운 학습 대안이 필요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가장 열정적으로 한글 공부에 임했던 [성인반]에 위기가 찾아왔다. 2022년 새로운 해를 맞아 [볼가람 한글학교] 교사들은 다시 한번 어르신들에게 학습 동기와 의욕을 북돋을 수 있는 새로운 한글 교육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건강 관리와 한글 교육을 접목한 '건강을 위한 한글 교육'은 [볼가람 한글학교]가 어르신 한글 교육을 위해 새롭게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월 14일부터 매주 금요일 10시에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가장 열정적으로 한글 공부에 임했던 [성인반]에 위기가 찾아왔다. 2022년 새로운 해를 맞아 [볼가람 한글학교] 교사들은 다시 한번 어르신들에게 학습 동기와 의욕을 북돋을 수 있는 새로운 한글 교육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건강 관리와 한글 교육을 접목한 '건강을 위한 한글 교육'은 [볼가람 한글학교]가 어르신 한글 교육을 위해 새롭게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월 14일부터 매주 금요일 10시에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업현장


● 『건강을 위한 한글 교육』: 건강 관리와 한글 교육을 접목한 어르신 한글 교육 프로그램
1. 건강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쉽고 재미있는 한글 수업: [볼가람 한글학교]는 코로나19로 심리적으로 위축된 어르신들의 건강과 사기 회복을 위해 건강 관리와 한글 교육을 접목한 '건강을 위한 한글 교육' 수업을 지난 1월 14일부터 매주 금요일 10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수업의 목적은 학습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건강에 대한 염려로 우울하고 무력해진 어르신 학습자들에게 건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감하고 함께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수업은 가벼운 스트레칭과 체조로 시작한다. 매주 교사를 통해 어르신들은 건강에 꼭 필요한 강의를 듣는다. 이 시간을 통해 건강과 관련된 한국어 어휘와 표현도 배운다. 교사의 강의는 쉽고 분명하다. 교사는 어르신을 위한 [성인반]을 운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어르신들의 한글 수준과 어휘 수준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학습 대상에 맞는 맞춤형 수업을 제공할 수 있다.

2. 건강한 삶을 위한 놀이, 게임, 노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한 한글 수업: 강의 후에는 직접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갖는다. 활동 수업 내용은 매주 달라진다. 집중력과 손의 근력 운동에 도움이 되는 [병뚜껑 튕기기] 같은 소소한 운동을 겸한 프로그램만으로도 어르신들은 환호하고 기뻐하고 크게 웃는다. 이 웃음이 본교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어르신 한글 교육의 목적이다. 어르신들은 노래를 '찬가'라고 부른다. 노래는 행복할 때 표현되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요소다. 음정과 박자를 무시해도 함께 한국어로 무조건 크게 부르는 노래를 통해 어르신들은 힐링과 위로를 경험한다. 이 프로그램은 게임도 학습으로 승화시킨다. 단순히 몸을 움직이고 서로 협력하는 게임만으로도 어르신들 몸과 마음은 이미 건강해진다. 이 프로그램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교사'다. 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시하고 있는 [볼가람 한글학교] 박소은 교사에 따르면 교사가 완전히 자신을 내려놓고 망가져야(?) 이 수업은 성공한다. 이 한마디에서 어르신 한글 교육을 위한 도전에서 교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 노인대학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을 한글 교육과 접목해서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볼가람 한글학교] 교사들과 어르신 학습자들. 본 수업 담당자인 박소은 교사에 의하면 본 수업의 성공 여부는 '교사'에게 있다. 교사가 완전히 자신을 내려놓고 학습자들 속으로 들어가 하나가 되고 움직일 때 그날 수업 목표가 달성된다.

한국 노인대학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을 한글 교육과 접목해서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볼가람 한글학교] 교사들과 어르신 학습자들. 본 수업 담당자인 박소은 교사에 의하면 본 수업의 성공 여부는 '교사'에게 있다. 교사가 완전히 자신을 내려놓고 학습자들 속으로 들어가 하나가 되고 움직일 때 그날 수업 목표가 달성된다.


3. 수업 도우미가 된 어르신 자녀들이 직접 준비한 건강한 음식 나눔: [볼가람 한글학교] [성인반] 어르신 한글 수업을 다시 회복시킨 주역들은 어르신 자녀들이다. 코로나19로 부모님들의 학습 의욕을 저하시킨 자녀들이 이제는 교사들을 도와 수업 시간마다 수업 도우미로 섬기며 건강한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자녀들은 한글학교가 새롭게 선보인 한글 수업 방식으로 점점 밝아지고 건강해지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다시 한글학교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다. 그리고 이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및 식사 준비를 돕고 있다. 매주 금요일 [성인반] 수업의 마무리는 자연식으로 준비된 대만찬이다. 다시 식탁 교제가 회복되면서 [성인반]은 식구들이 되었다.


[볼가람 한글학교] 어르신 한글 수업 도우미들이자 어르신들 자녀들, 이 중 두 명은 젊은 성인반 학생들이다. 부모님들의 학습을 돕기 위해 매주 금요일마다 음식을 준비해서 한글학교를 찾는다. 이러한 세대를 통한 협력으로 어르신들 한글 교육은 어려운 시국 속에서도 힘차게 진행되고 있다.

[볼가람 한글학교] 어르신 한글 수업 도우미들이자 어르신들 자녀들, 이 중 두 명은 젊은 성인반 학생들이다. 부모님들의 학습을 돕기 위해 매주 금요일마다 음식을 준비해서 한글학교를 찾는다. 이러한 세대를 통한 협력으로 어르신들 한글 교육은 어려운 시국 속에서도 힘차게 진행되고 있다.


● 『건강을 위한 한글학교』 도전 그리고 기대와 희망: [볼가람 한글학교] 박소은 교사 서면 인터뷰
Q1. 본 수업을 구상하게 된 가장 중요한 동기와 이를 위해 필요한 사항이 무엇이었나요?
A1. 어르신들을 위한 새로운 학습 방법을 구상할 때 가장 고민했던 것은 칠판의 판서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마음의 결단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것이 한글 공부 그 자체보다 위축되고 닫힌 학습자들이 다시 한글학교로 돌아올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건강을 접목한 새로운 방법의 한글 교육 프로그램에 도전해 볼 수 있었습니다.

Q2. 지난 1월 14일에 시작되어 3개월이 지났습니다. 도전 과정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2. 모이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어르신들이 '건강을 위한 한글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다시 한글 학교에 관심을 두고 수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건강을 접목한 수업은 기대 이상으로 어르신 학습자들에게 새로운 용기와 활력을 갖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3개월 동안 이런 형태의 수업은 학습자들과 자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졌고 과거에 한국어 학습이 주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조금은 자유로운 학습 형태의 좋은 점을 경험 중입니다.

한글학교 수업현장


Q3. 앞으로 계속 진행될 본 수업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간단히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3. 이 도전을 통해 저조한 출석률과 심리적으로 위축된 어르신들이 다시 한글 교실로 모이게 되었고, 과거 문화 수업의 일환이나 부가 수업으로 인식되던 수업 형태와 프로그램이 지금은 중심이 되는 수업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은 어르신 학습자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그들을 위한 맞춤형 수업의 필요성으로 본 수업을 구상하고 진행하게 되었는데 교사도 어르신 학습자들도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덕분에 힘든 이 시기를 새롭게 만회해 가고 있습니다.

아직 끝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어려운 시기에 한글 교육을 완전히 접지 않고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발견했다는 생각과 다시 어르신들을 위한 한글 교육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며 성실하게 본 프로그램을 매주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모두의 바람은 자유롭게 공부하고 함께 웃고 먹고 마시는 일상이 하루속히 완전히 회복되는 것입니다.

▶ 내용 및 사진: [볼가람 한글학교 제공]


서지연
[러시아/바로네즈] 서지연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3, 4, 5, 6기
현) 러시아 바로네즈 한글학교 교장
경력) 청강문화산업대학 상담학 강사
러시아한글학교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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