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의 보라색 꽃, 하카란다>
쌀쌀한 날씨의 겨울을 지나 언제나 봄이 오듯, 멕시코시티에도 낮 기온 25도의 따뜻한 3월, 어김없이 봄이 왔다. 거리마다 나무들은 기지개를 켜듯 각자 자기만의 색상으로 알록달록한 노랑 빨강, 보라 각자의 색으로 자랑을 하고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사람들도 거리에 나와 봄을 맞이하고 있다. 멕시코시티 거리에는 봄을 알리는 보라색의 꽃, 하카란다가 만개했다. 하카란다는 멕시코시티 어디서나 봄에 볼 수 있는 흔한 나무이며, 봄의 거리는 보랏빛으로 물든다.
한국에서 진달래, 개나리와 벚꽃이 피면 봄이 왔음을 직감하는 것처럼, 멕시코시티는 하카란다 나무로 봄이 왔음을 느끼게 한다. 날씨는 이렇게 서서히 풀렸지만, 3월 22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 통계 현황에 따르면 멕시코는 누적 확진자 5,635,500명, 누적 사망자 322,107명으로 치사율은 세계 3위로 아직은 위험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거리에는 조심스럽게 외출한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은 도시 곳곳에 핀 꽃처럼 가벼운 옷차림을 보여주며 봄이 왔음을 시각적으로 실감케하지만, 여전히 마스크 착용은 의무이다. 마스크를 완전히 벗을 수 있을 때, 멕시코도 팬데믹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라 보인다.
멕시코의 거리는 추운 겨울, 그리고 팬데미의 여파로 잃었던 활기를 되찾은 모양새다. 사람들은 본인의 악기를 가지고 나와 연주를 하고, 한켠에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동상 분장을 하고 유명인들을 따라하는 행위예술가도, 수제 액세서리를 파는 노점상도 겨울과는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대학도 이제 대면 수업을 재개했다. 다만 지역마다 팬데믹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외출이 불가능하거나 피치 못하게 물리적인 등교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대면 방식과 비대면 방식을 병행하여 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최소 2~3회 정도는 등교를 하고 있다.
봄을 맞아 멕시코 보건사회부는 모든 업종에 대해 적용하던 영업시간 제한을 폐지했다. 거리에서 타코를 파는 노점상, 식당들가에는 점심시간이 되면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재래시장은 팬데믹 상황이 한창이던 때나, 지금이나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이고, 일반 마트에도 계산대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거리에는 저마다 추억을 만들기 위해 가족, 친구, 연인과 거리로 나와 시간을 보낸다. 멕시코시티 혁명의 거리에는 케이팝을 크게 틀어놓고 그에 맞추어 퍼포먼스를 연습하는 사람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봄이 되니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의 취미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마스크만 벗으면 지금이 바이러스가 유행 중이라는 사실을 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따뜻한 보랏빛 봄의 멕시코 시티의 혁명의 광장. 뒤편에 보이는 보라색 꽃과 보라색 옷을 입은 소녀>
봄 거리를 걷던 통신원은 멕시코 중심 거리인 레포르마(Paseo de la Reforma) 거리에 한국인이면 지나가다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한 볼거리가 눈에 띄었다. 한국의 제기차기와 비슷한 놀이인 페테카 차기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 모양이 제기와는 약간 달랐지만, 멕시코 사람이 직접 만들어서 팔고 있기에 상점을 지키고 있던 카를로스(Carlos, 24세) 씨와 인터뷰를 나눴다. 그는 “페테카에 관심을 가지며 다양한 나라의 영상을 유튜브를 보고 제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되었는데 동양처럼 무거운 동전이나 쇠 등 무게가 나가는 것을 넣어서 만드는 대신, 가죽이나 천으로 밑부분을 만든다. 술은 깃털에 염색해서 알록달록 보기 좋게 화려하게 만들어서 장식 효과로도 쓸 수 있게 만들었다”고 답변했다. 사실, 제기차기 때 사용하는 제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사람들은 발로 차는 것이 아닌 손으로 쳐서 네트를 넘기는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배구와 배드민턴을 합친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카를로스 씨가 직접 만든 제기와 비슷한 형태의 페테카>
통신원도 카를로스가 만든 제기를 차보았는데, 발로 차는 것보단 손으로 하는 것이 훨씬 오랫동안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어 색다른 체험이었다. 페테카의 가격은 한 개에 작은 것은 한화 5천원에서 큰 것은 약 2만원 선이었다. 페테카가 아무래도 수공예 작품이라 저렴하지느 않은 가격이었다. 시민들이 오가며 카를로스가 한 땀 한 땀 만든 제기를 구경하고, 구매하고, 실제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멕시코의 보랏빛 봄을 잠시 만끽해본다. 멕시코 거리는 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찾고 있다. 하카란다꽃이 질 무렵이 되면 사람들이 더는 팬데믹이란 이름을 기억하지 는 따뜻한 계절이 되길 바란다.
<하카란다가 만개한 멕시코시티의 풍경>
성명 : 조성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멕시코/멕시코시티 통신원]
약력 : 전) 재 멕시코 한글학교 교사 현) 한글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