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바랑키야 카니발의 열기 속으로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3.16

콜롬비아는 16세기 유럽에서 온 백인과 그들이 데리고 온 아프리카 노예그리고 원래 살던 토착민들이 함께 살게 되면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게 된 나라이다바랑키야 카나발(Carnaval de Barranquilla)은 유럽원주민그리고 아프리카의 문화가 한자리에 어우러진 문화 축제의 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카니발 행사 중 하나이다바랑키야 카나발의 문화적 가치는 콜롬비아 국내에서뿐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받아 2008년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이렇게 바랑키야 카니발은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문화 축제이다.

 

바랑키야 카니발 이모저모

매년 사순절 전 4일간 열리는 바랑키야 카니발은 일반적으로 2월 말에 진행되지만올해는 오미크론의 영향으로 약 한 달 미뤄져 오는 3 26일에서 29일까지 총 4일간 진행된다주 행사는 3월 마지막 주로 예정되어있지만지난 1일 카니발 시작을 알리는 행사인 ‘렉투라 델 반도(lectura del bando)’를 시작으로셋째 주 주말에는 다양한 민속춤 공연들이 도심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다올해 바랑키야 카나발의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다.


<바랑키야 카나발 일정표 - 출처 : 카니발 공식 홈페이지>

<바랑키야 카나발 일정표 - 출처 : 카니발 공식 홈페이지>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인해 바랑키야 카니발 본 행사는 보기 어렵게 되었지만, 전화위복으로 바랑키야 카니발 문화유산 위원회의 위원인 카를로스 소조 구즈만(Carlos Sojo Guzmán) 씨를 카니발 박물관에서 만나 카니발의 역사와 특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바랑키야에 위치한 카니발 박물관은 아담한 규모였지만, 전세계 카니발에 대한 소개 뿐만 아니라 바랑키야 카니발에서 사용했던 의상이나 소품, 역대 카니발 왕비의 드레스 등 카니발과 관련된 다양한 소품을 볼 수 있었다.


<카니발에 대한 여러 정보를 준 카를로스 소조 씨 - 출처 : 카를로스 소조 제공>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제 이름은 카를로스 소조입니다. 40년 동안 카니발에 참석했고최근 25년은 카니발 참여 그룹 중 하나인 De Cuanta Vaina의 감독으로 활동 중입니다카니발문화유산위원회의 위원입니다그래서 바랑키야 카니발 안내 책자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으며카니발에 참여하는 그룹들의 음악이나 춤의상 등을 결정할 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현재는 바랑키야의 역사에 대한 책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카니발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카니발에 대한 제 사랑은 가족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제 가족들은 모두 카니발과 연관이 있었어요제 증조 할아버지 역시 카니발 감독이었고그 외에도 친척 중 카니발 여왕으로 선정되거나 감독으로 활동했던 분들이 많이 있었어요그래서 자연스럽게 카니발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카니발에 참여하는 그룹이 매우 많은데각 그룹이 색이 다 다른가요?

맞습니다그룹마다 쿰비아가라바토콩고 등 그룹별 특징이 있습니다카니발 축제 기간 동안 각 그룹은 쿰비아가라바토콩고 등 주제에 따른 토속 음악과 의상춤을 공연합니다특히바랑키야 카니발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 유산의 하나로 지정돼있기 때문에 각 그룹은 공연이나 행진에서 그룹별 고유의 특징을 고수하고 보여줘야 합니다그래서 카니발 4일보다 사전 연습이 더 중요해요카니발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직장인인 만큼 연습은 보통 주말을 통해 이루어지는 편입니다.


<소조 씨가 총감독인 De Cuanta Vaina 그룹의 웜업 사진 - 출처 : 통신원 촬영>


예를 들어, 제 그룹은 획일화된 춤보다는 의상과 마스크 등 복장에 더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저는 다 같이 통일된 춤보다 구성원들이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걸 선호합니다. 그래서 제 그룹의 연습은 시간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음악을 들으며 웜업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춤은 각자 집에서 알아서 연습할 수 있으니까요. 가장 최근의 카니발이었던 2020년에는 약 500여 명이 제 그룹의 행진에 참여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확연히 줄었어요.

이렇게 그룹별로 특징이 다르면, 각 그룹별, 혹은 감독들끼리 경쟁심이 있지는 않은가요? 가령 선호하는 행진 순서라든지요.
아니요, 그런 건 거의 없습니다. 카니발문화유산위원회의 역할이 그룹들의 모든 그룹이 즐거운 축제를 만들자는 한 마음이에요.

선생님이 감독하는 카니발 그룹이 정해진 춤이 없다면, 그룹 구성원들은 어떻게 뽑나요?
이게 제 그룹의 장점입니다. 많은 그룹이 오디션을 통해 참석자를 뽑아요. 그런데 제 그룹은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하여 같이 춤추고 행진할 수 있어요. 춤을 잘 추고 못 추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사람들이 와서 즐기기를 바라거든요.

카니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그룹 중 가장 대표적인 그룹을 꼽는다면 어떤 그룹을 고르시겠어요?
콩고를 꼽고 싶어요. 콩고는 아프리카 문화를 담고 있는 그룹으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화려한 장식이 특징입니다. 또, 마리몬다(Marimonda)는 장난기가 많고 익살스러운 사람들을 표현하는 바랑키야 카니발의 독창적인 캐릭터입니다.

인터뷰 말미, 몇 년 전 바랑키야의 카니발 일부 관련자가 부산에 방문, 카니발과 관련된 문화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고도 이야기하며 한국과의 인연도 공유해주었다. 인터뷰 중 카를로스 소조 씨는 통신원에게 행사 기간에 맞춰 재방문하여 본인의 그룹과 함께 행진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 질문을 들은 당시는 웃으며 “일정을 한 번 보고 생각해보겠다”라고 대답했지만, 2019년 프랑스 니스의 카니발 방문 시,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며 행진한 그룹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당시 한복과 춤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한복의 아름다움과 한국의 미를 보여주기 위해 한복을 입고 행진에 참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소조 씨는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카니발을 보러 오는 사람이 감소할 거라 예상되지만 어서 빨리 이전처럼 북적이는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고 한국과도 문화교류가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카니발 준비 이모저모

카니발의 공식적인 축제 기간은 4일이지만, 그 전후 준비 기간과 정리 기간을 포함하면 약 4개월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소조 씨의 도움으로 통신원은 바랑키야에 머무는 동안 다른 그룹들의 카니발 준비 과정도 볼 수 있었고, 바랑키야의 근교 도시인 갈라파(Galapa)에 위치한 카니발 마스크와 차를 만드는 공방도 방문할 수 있었다.

스타일링 교실
메이크업이나 머리 스타일이 중요한 카니발 그룹의 경우 무대 용 화장에서부터 특수 분장, 헤어 스타일링 팁 등 행사 당일 메이크업을 전담하는 팀을 위한 연수가 진행되기도 한다고 한다. 그 중 신화 속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아 컨셉을 잡은 분장 전문 그룹 <La Puntica No Ma>의 스타일링 교실에 초대를 받아 스타일링 수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스타일링 교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스타일링 교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카니발에 참여하는 분장 전문 그룹들은 일반적으로 일상생활 속 메이크업보다 더 강렬하고 인상적인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 도시 내 미용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 혹은 졸업생들로 꾸려진 분장 전문 팀이 따로 있는 편이라고 한다.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전문가들이 학생들에게 카니발 당일 사용할 수 있는 신속하면서도 지속력 있는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 팁을 가르쳐주고 학생들도 열심히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업은 일정상 현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온라인으로도 동시에 진행되었다. 코로나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온라인 학습이 전통적인 카니발 현장에도 적용되는 걸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좀 묘하기도 했다.

카니발 사전 행사, 깃발 게양식

<Cipote Garabato의 깃발 게양식 - 출처 : 통신원 촬영>

<Cipote Garabato의 깃발 게양식 - 출처 : 통신원 촬영>


가라바토 그룹은 농부들의 춤에서 영감을 받은 춤과 탬버린, 마라카스, 피리 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악기들로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삶과 죽음의 싸움을 주제로 춤과 연기,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을 선보인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메이크업뿐 아니라 화려한 비즈로 장식한 의상이 특징으로 카니발에서 가라바토 공연을 선보이는 팀이 여럿이 있는 데, 그 중 시포테 가라바토(Cipote Garabato) 그룹의 깃발 게양식(Izada de bandera)을 다녀왔다. Cipote Garabato의 감독 에르난 페르넷(Hernan Pernett) 씨는 가라바토와 의상에 대해 설명해주며 올해는 한국에서 수입한 천으로 의상을 제작했다며 품질이 아주 좋다고 칭찬을 해서 괜시리 기분이 으쓱해지기도 했다. 화려한 망토 디자인은 누가 하냐는 통신원의 질문에 그룹의 리더 에르난 페르넷 씨는 망토 등에 장식은 참석자 개개인이 결정한다고 한다. 각양 각색의 무늬로 장식된 망토를 보니 카니발이 춤과 노래를 즐기는 것 뿐 아니라 개개인의 예술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한 것 같다고 느껴졌다.

갈라파(Galapa), 카니발 차와 마스크, 소품이 태어나는 곳
카니발에 사용되는 카니발 차와 마스크, 다양한 소품들은 바랑키야 근교 도시인 갈라파에 위치한 공방들에서 주로 제작한다고 한다. 갈라파에서는 인류학자이자 갈라파 고고학 박물관장 조니 메카 오스피나(Johnny Meca Ospina)씨의  도움을 얻어 공방 세 곳을 방문할 수 있었다.


<카니발 공예 공방 방문과 갈라파 박물관장 조니 메카 씨(우측 상단) - 출처 : 통신원 촬영>

<카니발 공예 공방 방문과 갈라파 박물관장 조니 메카 씨(우측 상단) - 출처 : 통신원 촬영>

공방에서 카니발 때 사용되는 소품들에 대한 설명과 제작 과정을 듣는데, 세 사람 모두의 카니발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느껴졌다. 특히, 일 년 중 몇 개월만 일이 집중적으로 몰리고 다른 기간에는 일이 현저히 적기 때문에 수입이 불안정한 편이어서 카니발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이 일을 오랫동안 지속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카니발 차를 만드는 공방을 제외하고는 공방의 규모에 비해 일하는 사람이 적어 보였고, 젊은 사람들이 적은 편이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장인들은 인터뷰 중 갈라파의 많은 청년들이 일을 찾아 근처의 바랑키야나 카르타헤나 등 대도시로 나가기 때문에 작은 마을인 갈라파에는 젊은 층의 이탈이 많아서 아쉽지만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일을 찾아 대도시로 나가는 건 한국이나 콜롬비아나 매한 마찬가지인것 같다.

카니발 시작을 발표하는 Lectura del Bando
지난 1일에는 마그달레나 강 둔치에서 카니발 시작을 발표하는 행사가 있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바랑키야 카니발의 왕 레이 모모(Rey Momo)와 카니발 여왕(Reina del Carnaval), 카니발을 대표하는 몇몇 그룹들의 공연으로 이루어진 행사는 약 8시에 시작, 약 10시가 다 되어 끝이 났다.

<카니발 개회식을 구경하는 시민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카니발 개회식을 구경하는 시민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코로나로 무대를 볼 수 있는 입장객 수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레나에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은 대형 화면으로나마 행사장의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또한, 공연을 마치고 나온 몇 몇 그룹들은 시민들과 어우러져 춤을 추고 미니 행진을 하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걸 볼 수 있었다

<가장 인기 있던 그룹 중 하나였던 Negritas Puloys 와 Marimonda - 출처 : 통신원 촬영>

<가장 인기 있던 그룹 중 하나였던 Negritas Puloys 와 Marimonda - 출처 : 통신원 촬영>


 4일의 주요 행사를 위해 그 뒤에서 동원되는 수많은 바랑키야 사람과 그들의 노력시간또 카니발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아마 지금 이 순간도 바랑키야에서는 일상에서 시간을 쪼개 카니발 준비에 여념이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카니발 기간에 콜롬비아를 방문한다면 꼭 한 번 바랑키야에 와서 카니발을 경험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특히한국에서는 접하기 힘든 다양한 민속악기로 연주되는 음악과 춤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콜롬비아 전통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한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준 바랑키야의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 참고자료

Carlos Sojo Guzmán (2019). Carnaval y patrimonio: Formando para Salvaguardar, Barranquilla: Soluciones Gráficas de Colombia.



최민정

  • 성명 : 최민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콜롬비아/메데인 통신원]
  • 약력 : 현) EBS 글로벌 리포터 (콜롬비아, 메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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