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교육’과 ‘문학’의 꿈을 모두 이룬 인도네시아 국제학교 김재구 교감선생님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3.16

'교육'과 '문학'의 꿈을 모두 이룬 국제학교 중고등학교 '교감 선생님'이자 '시인'으로 불리는 사나이


'재능 만능주의'라는 말이 있다. 타인의 며칠 밤샘 작업을 가볍게 제치는 '천재의 재능'을 말하는데 이 때문에 노력파는 무릎을 꿇는다는 뜻도 포함한다. 노력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의지가 꺾이는 말이다.


인도네시아에 '재능 만능주의'를 이긴 '노력파' 시인이 등장했다.


김재구 시인(이하 김 시인)의 이력은 특이하다. 인도네시아 Sinarmas World Academy 국제학교의 중·고등부 교감으로 재직하며 2010년 제1회 재외동포재단 주관 해외 한국어 교육자 체험수기 공모전 수필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김 시인의 시에 대한 열정은 그가 뉴욕 롱아일랜드대학 영문학 석사 및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 영어학 박사 학위를 수료하며 2000년에 발표한 영시 'Downtown Brooklyn: a journal of writing'이 시발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후 김 시인은 2017년 적도문학상 시 수상을 거쳐 2020년 계간 『산림문학』 여름호 시 부문 신인상 수상, 2021년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수상으로 이어진다.


파파야 나무 시집 표지


계간 《산림문학》 2020 여름호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김 시인은 수상 당시 "불필요한 말들은 다 제거하고 필요한 것들만을 골라 간결하게 엮어가기 때문에 비교적 분량이 길지 않은 작품들의 공통점은 식물성 이미지들이 주도하고 있다."라는 임 보 시인의 심사평을 받을 만큼 맑고 정적인 시상(詩想)으로 독자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깜보자 꽃을 닮았다」에서는 비에 젖어서도 웃는 얼굴이 흰 깜보자 꽃을 닮은 아내를, 「군자란」에서는 '먼 이국에서 봄비처럼 찾아온 아들이 반가워' 군자란꽃처럼 환해지는 어머니의 얼굴을, 저자가 미국에서 영문학 석·박사를 수료하던 시절 들른 「휴스턴 식물원에서」 창공으로 곧게 뻗어 나가는 대나무를 보며 왕십리 소나무 숲에서 솔방울을 줍던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표제시 「파파야나무」에서는 낡은 베란다 아래 뿌리를 내린 파파야나무를 보며 '한꺼번에 서넛 아이들 젖을 물리고 있는 어머니'를 떠올린다.


시내용 원문


너무 흔하면 소중함을 모른다고 했던가?

간혹 식물이 분류학적으로 식물계에 속하는 '생물'임을 잊는다. 너무 흔해서 소중함을 간과하는 것이다. 식물은 운동성이 거의 없다고는 하나, 멈춰 있지는 않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빗방울이 흔드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쌓이는 대로, 앉았다가는 풀벌레나 동물들의 움직임에도 딱 그만큼의 크기로 반응한다.

이쯤에서 생각해 본다. '자연'과 '사람'들이 보내는 반응에 김 시인은 과연 얼만큼의 크기로 반응할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의미가 모호해서 지속해서 경계하지 않으면 잃어버리기 쉬운 자연과 사람의 소중함을 시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솜씨를 보면 범인(凡人)을 훌쩍 뛰어넘었으리라.

이는 [파파야나무] 시집을 읽은 한 독자의 회원리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이미지를 그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시집 속의 글자들이 어느새 우직한 나무가 되고 고요히 피어 있는 꽃이 되어 그리움과 추억과 지금의 삶을 그려내고 있었다. 수많은 감정이 인도네시아라는 강렬한 배경과 겹쳐져 뜨겁게 달궈지고 은은하게 피어올라 선명하면서도 잔잔한 명화를 감상한 느낌이었다. 특히 파파야나무, 군자란, 깜보자 꽃, 야자수, 식물원, 들풀, 바나나나무, 두리안 등의 식물과 연결된 이미지가 좋았다. 식물들이 가진 저마다의 특징이 너무나 잘 어울려 시마다 색깔이 느껴지고 다 다른 향기가 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저 시를 읽었을 뿐인데, 눈과 코가 함께 살아났다. 그리고 시에 담긴 겸손하고 겸허한 안목이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생각할 시간을 남기는 여운이 있는 노랫말들이었다. 맑고 아름다운 시를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 꽃 같은 삶의 아름다움 jh**21님 리뷰 전문(출처: http://www.kyobobook.co.kr/)


'하늘의 뜻을 안다'라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존경받는 국제학교 중·고등학교 교감 선생님이자 시인으로 '교육'과 '문학'이라는 꿈을 모두 이룬 김 시인과 진행한 인터뷰 전문을 공개한다.


10월의  책 추천


Q. 일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시기 힘들지 않으신지요?
A. 일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힘들어요. 하지만 시를 창작하는 일은 저에게 노동이 아닙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 전혀 힘이 들지 않아요. 힘이 드는 날에도 좋은 시 한 편 읽거나 창작을 하면 오히려 힘이 솟아나요.

Q. 국제 학교 중등 교감의 업무와 일과가 궁금합니다. 재외동포재단의 교육 사이트에 올라가는 기사라 반드시(?) 필요한 항목입니다. ^^
A. 제일 큰일은 학칙이나 규칙을 어기는 학생들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따라서 60% 정도의 모범 학생들은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프로젝트를 표절하거나 숙제를 안 하거나, 용모가 단정하지 않거나, 싸우거나, 수업 시간에 늦거나, 딴짓하거나 하는 학생들의 행위들을 날짜별로 기록하고 감독하고 훈육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벌을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 출결 상황 관리 감독도 하고 이 외도 교직원 Daily Bulletin 관리 감독, Assembly 기획 감독, 아파서 혹은 뜻하지 않은 일로 강의를 할 수 없는 선생님 대리자 찾기, Make-up test 관리 감독, 장학생들 재평가, 학생회(STUCO) 학생들을 인도하고 조언을 하는 일 외에도 교장의 직무를 대리하고 보조하기도 합니다.

이번 학기부터는 6학년부터 12학년까지 한국어 MYP와 DP를 가르치기 시작해서 '일하다 죽을 운명'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리더가 될 학생들을 위해 이 한 몸 바쳐보려 합니다.(웃음)


세미나포스터

세미나포스터


Q. 국제학교 중등 교감 업무가 작품 활동하시는데 영향을 미치거나 도움이 되시는지요?
A. 국제 학교 중등 교감의 업무 자체가 작품 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거나 도움이 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간접적으로 이 직업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여러 가지 좋은 소재를 찾을 수가 있었어요. [샐러리맨의 하루]라는 시나, [말도 할 수 없었다] 등 많은 시가 이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시였습니다.

Q. 시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 어렸을 때 시를 자주 쓰고 시 경시 대회 때 상도 타고 했어요. 사실 유행가 가사를 좋아했습니다. 종이에 옮겨 적고 음미하고 외우고 노래 부르곤 했어요. 그러나 학교 다니면서 시를 공부하게 되면서 직접 노래 가사를 자주 써보곤 했어요. 그것이 저의 시 쓰기 원조가 되었어요. 그러나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더군요. 시를 몇 편 남몰래 공책에 썼다가 덮어두기를 반복하다가 한동안은 아주 오랫동안 덮어 두어야 했습니다. 대학을 가려고, 학위를 따려고, 그리고 직장을 잡고 돈을 벌다가 등단의 시기를 놓쳤습니다.

그러다가 2011년부터 국제학교에서 IB DP 한국문학을 가르치기 시작하며 다시 많은 한국 시인들의 아름다운 시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공부하며 가르치니 일석이조더군요. 저는 그 직업이 정말 좋았습니다. 제 적성에 딱 맞았습니다.

제 자랑을 좀 하자면, 전 세계 IB DP 한국어 선생님 중에서 최고의 교육자 반열에 들지 않을까요? 제가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까닭에 가르친 아이들 성적도 잘 나오고 EE라는 논문 지도도 잘 돕습니다. 열심히 배워두길 잘했습니다.(웃음)

무엇보다 저와 수업을 하면서 인생관이 아름답게 변화된 학생들이 여럿 있었어요. 그것은 제가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니고 영어 시간에 선생님이 자기 인생에 영향을 끼친 사람에 대하여 글을 써보라 할 때 한국문학 듣던 아이들이 제 이름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2016년 제1회 적도 문학상에 제 제자와 함께 도전하였어요. 제자는 우수상을, 저는 장려상을 받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저의 가능성을 엿보게 되었죠.

그 후 아주 '치열한 습작기'를 보냈습니다. 처음엔 김주명 시인, 그 후에는 공광규 시인에게서 많은 수정을 받으면서 시인으로 거듭나기 시작했어요. 시풍도 닮아 가고 있습니다.

Q. 김 시인님은 주로 서정적인 시를 쓰시는 시인님의 작품 키워드를 압축해 보려 합니다. '어머니', '고향', '자연', '희망' 외에 또 어떤 단어가 어울릴까요? 그 이유 역시 궁금합니다.
A. 저에게는 신앙이 있어요. 출판된 시들 뒤에는 절대자에 대한 믿음과 기도와 사랑이 녹아 있어요. 그 절대자는 절대 표면에 분명하게 드러나 있지 않아요. 그러나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에 대한 찬양 뒤에는 그분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시에 나오는 시적 자아가 놓치지 않고 들고 있는 소망과 희망의 근원에는 그 절대자의 존재에 대한 믿음에 근거하고 있어요.

Q. 나에게 문학은 ㅇㅇ다.
A. 저에게 문학은 안경입니다. 문학을 통해서 인생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게 됩니다. 따라서 문학은 나의 내부와 세상을 이어주는 통로이자, 안경 같은 존재입니다.

Q. 아무래도 가족들이 시인님의 작품 활동의 최대 지지자겠지요?
A. 네, 맞아요. 처음에는 아내가 저의 작품에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저의 문학 활동을 가장 많이 지지합니다. 항상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아내 역시 제가 지은 시집을 읽으면서 남편의 깊은 속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좋은 점들을 발견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비롯해 시문학이기에 시 속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할 필요가 없음에도 자신과 비슷한 상황 속에 있는 시 속의 어느 여인을 그 시적 자아가 소중하게 여기는 부분을 보면서 제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아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Q. 일과 작품활동 관련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앞으로는 학교 교감 일을 좀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공광규 시인의 시들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제가 등단한 계간지 『산림문학』에는 꾸준히 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제『문장』에도 시를 규칙적으로 발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시집 역시 기획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수필도 쓸 계획입니다.

Q. 해외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는 재외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절대 모국어와 문화를 잊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지금 시대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콘텐츠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아이비리그는 모두 한국어와 한국 학과를 개설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래에는 중국어보다 한국어가 더 중요한 언어가 될 것이라는 증거입니다.

한국어 하나만 잘해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길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거기다 영어까지 잘한다면, 학문과 연예 및 비즈니스에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생을 살면서 성공하고 돈이 많아도 서구 문화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다면 삶이 좀 더 풍성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다른 나라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한국 음식 먹을 때 제일 행복합니다. 그리고 한국어로 시를 쓸 때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아주 미세한 것까지 다 표현해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영어로 시를 쓰면 2% 정도 부족한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문학적으로는 저 자신이 Native 미국 작가만큼 할 수가 없어요. 천상 Bilingual로 만족하고 살아야 합니다. 미국에서 나서 자라지 않고 국제 학교에서나 미국 학교 유학 가서 영어를 배운 사람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한계를 깨는 것도 저의 몫이겠지요. 저에게는 꾸준히 노력하는 성실함이라는 최고의 재능이 있지 않습니까?


김재구 시인관련




이영미
[인도네시아/땅그랑] 이영미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5, 6기
현) 한인뉴스 편집위원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고등부 방과 후 글쓰기 강사
경력) 인도네시아 한인100년사 집필
샘터동화상·제주기독신춘문예 수상(202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