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술탄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카펫 전시회, 전시품은 19~20세기 카펫으로 구성되어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누르술탄 국립박물관에서 카펫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매년 3월 나우르즈 명절을 앞두고 카자흐스탄 문화 센터와 국립박물관에서는 카자흐스탄 전통 문양이 새겨진 카펫 전시회를 개최하곤 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특히 공예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카펫 전시회는 이목을 집중시킨다. 현재 누르술탄 국립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카자흐스탄 카펫은 봄 기간 동안 만날 수 있다. 전시품은 약 10개 종류의 카펫으로, 주로 20세기 카펫이며 19세기 카펫도 종종 보였다.
카펫은 유목 민족의 독특한 문화로, 오랜 기간 지속되고 계승되어 왔다. 전통적으로 비정주 유목 생활을 해왔던 카자흐인들은 카펫을 많이 엮어 사용하며 카자흐만의 독특한 카펫을 발전시켜 왔다. 카자흐 땅에는 양과 염소가 많았고, 그 덕에 카펫은 양털과 염소털로 만들어졌다. 일종의 경공업을 오랜 기간 축적하여 발전시켰고, 카자흐스탄은 카펫을 짜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지역과 교역해오기도 했다.
카자흐의 역사상, 칸으로 불리는 왕이 선출되면 사람들은 그를 흰빛을 띄는 카펫(Ak kilem) 위에 올려 앉히는 의식을 행했다. 카펫은 이렇듯 권력을 쥔 사람들에게 상징성을 부여하기도 한 반면, 일반 서민의 삶과도 함께했다. 일례로 아이가 세상에 나와 걸음마를 시작하여 첫 발을 디딜 때쯤에는 넓은 카펫을 깔아주곤 했다. 인생에서 좋은 걸음만 걸었으면 하는 부모의 염원이 반영된 문화이다. 결혼식, 이사, 출산과 불혹, 지천명, 환갑 등 10년 단위로 돌아오는 기념일에는 카펫을 선물하곤 했다. 카펫을 이렇듯 역사적으로 많은 상징을 지닌 공예품이다.
소비에트 시대, 카자흐스탄에는 알마티시융단(almati kilem), 쉼켄트시융단(Shimkent Kilem) 등, 도시 이름을 붙힌 공예 산업이 운영됐다. 당시 카자흐스탄 땅에는 176명의 카펫을 짜는 공예가들이 활동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어지는 산업은 드물다. 여기에는 다른 어떤 이유보다 재료 부족의 문제가 컸다. 현대에 들어서며 사람들은 더 이상 유목을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또한 독립 이후 국가 재건이 화두가 되면서부터는 건설과 석유 등의 분야가 핵심 산업이 되었고, 그로 인해 공예문화는 위기를 겪게 되었다. 독립 이후 카펫 산업은 알마티와 쉼켄트만 일부 남았고,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융단, 수공예 및 직조 문화는 경제적 어려움을 피할 수 없었다.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공예 산업은 역사와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국가 기조 아래, 최근 다시 홍보되며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페르시아, 아랍, 터키, 투르크풍 카펫은 인기가 높다. 카자흐 카펫은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어느 정도 수요가 있는 편이다. 이는 카펫 산업이 작은 규모이지만 여전히 운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카자흐 카펫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유목민 카자흐인들에게 카펫은 집안의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해주는 용도로 사용돼왔다. 벽에 걸어 단열을 위해 사용하기도 하고, 바닥에 깔아 냉기를 흡수시켰다. 물론 인테리어를 위해 비치하기도 했다. 카펫은 전문적으로, 판매를 위해 짜는 사람도 있지만 과거에는 가정 안에서 전수돼왔다. 카펫은 역사적으로 아블라이 칸(Abilai Khan)의 시대부터 이웃 국가의 지도자들을 위한 선물로도 활용돼왔다. 카자흐스탄 카펫은 전통 무늬는 물론 산과 꽃 등, 자연을 모티브로 만들어진다. 동물이나 사람의 이미지는 완전히 배제된다. 그 이유는 카자흐가 이슬람 기반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숭배를 방지하려는 사회 규범이 카펫 제작에도 반영되는 것이다.
<카자흐 전통 카펫 ‘튁티 클렘(Tukti kilem)’ 20세기 카펫이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현재 카자흐스탄 정부는 수공예 산업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가라거나, 젊은이들에게 공예를 가르치는 기업이라면 정부의 지원의 대상이 된다. 그 일환으로 누르술탄과 남부 지역에는 여러 공예 기술센터가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이전, 2017년 열린 엑스포에서도 카펫의 전시와 판매는 활발히 이루어진 바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카펫은 전 세계적인 인기로 수출량이 많다기보다는, 전통과 상징을 갖춘 문화유산으로 인식된다. 또한, 국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는 점에서 전통과 현대를 잇는 현시대의 예술이기도 하다. 카자흐 공예산업과 전시는 전통과 역사를 중시하는 정부의 기조에 따라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 참고자료
https://www.instagram.com/p/CaG67KHqK7R/
https://kz.otyrar.kz/2017/12/o%D2%A3t%D2%AFstikte-astanany%D2%A3-erekshe-s%D3%99uleti-bejnelengen-kilemder-k%D3%A9rmesi-%D3%A9tti/
https://www.youtube.com/watch?v=oxSOea0ZK2M
성명 : 아카쒸 다스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카자흐스탄/누르술탄 통신원]
약력 : 현) 카자흐스탄 신문사 해외부 한국 담당 기자 카자흐스탄 기자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