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사시사철 무지개가 뜨는 하와이, 그리고 그 속의 한인 이주 역사
구분
문화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3.04

하와이는 누구나 알고 있듯 에메랄드빛 바다와 푸른 산 위로 사시사철 포근한 햇살이 내려앉는 낙원 같은 섬이다. 사람들도 친절해 살기에 더없이 좋다. 하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하와이는 미주 한인 이민 역사의 첫 시발점이 되는 장소라는 점에서 지난했던 한인 이민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미주 한인 이민 역사를 출발지 기준으로 계산하면 올해로 120년이 되는 해다. 1902년 12월 22일 일본 선박 겐카이마루를 타고 제물포를 떠난 하와이 이민 1진은 121명이었다.


일본에 도착해 해를 넘긴 이들 중 102명이 나가사키에서 갤릭호에 올랐는데, 이렇게 시작된 하와이 사탕수수 이민은 1905년까지 3년간 7천 명을 넘어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처음 하와이 호놀룰루에 발을 내디딘 것이 1월 13일이었는데,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돌아오는 미주 한인의 날 역시 바로 이 무렵이다.


@ 하와이 한인 이주 역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무지개 나라의 유산' 장면 중 일부.

@ 하와이 한인 이주 역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무지개 나라의 유산' 장면 중 일부.


때문에 매년 이 시기가 되면 하와이 첫 이민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열리곤 하는데 대부분 태극기를 게양하고, 선포식을 개최할 정도로 이목이 쏠린다. 하와이에 거주하는 한인들 사이에서는 매년 이 시기가 하나의 중요한 명절처럼 여겨질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20년의 긴 한인 이민 역사 동안 하와이에는 한국인 최초로 미주 대법원장직을 수행한 로널드 문 전 하와이주 대법원장, 한국인 최초로 미주 시장직에 당선된 해리 김 전 힐로 시장 등 하와이 주류사회에서 널리 존경받아온 한인 후손들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지난했던 과거 우리 한인 이주의 하와이 역사를 그대로 기록한 이민 역사 다큐멘터리인 '무지개 나라의 유산' 상영회가 하와이주 곳곳에서 개최돼 현지 한인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위해 취재 중인 이진영 감독(왼쪽)의 모습.

@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위해 취재 중인 이진영 감독(왼쪽)의 모습.


영화의 제목으로 등장하며 영화의 분위기 전체를 이끌어 가는 '무지개 나라'는 하와이 주민이라면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하와이를 가리키는 공식 별칭이다.

흥미로운 점을 하나 꼽자면, 하와이의 인구 구성 비율이 이곳 주민 중 백인이건 또는 흑인이건 어떤 인종이건 하와이 전체 인구의 1/4을 넘지 않는다는 것인데, 마치 여러 가지 색상을 고르게 포함하는 것으로 더욱 아름다운 빛을 유지하는 무지개처럼 하와이의 인구 구성 역시 다민족, 다국적으로 이뤄져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와이 주가 발부하는 공식 자동차 번호판과 현지 신분증(ID카드) 전면에도 7가지 색으로 꾸며진 무지개가 그려져 있다.


한인이민역사 자료

한인이민역사 자료


그리고 약 100년 전 하와이에 온 한인 102명도 7만여 명으로 증가해 하와이 다문화 커뮤니티의 한 축이 된 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다.

하와이국제영화제를 비롯, 타고르 국제영화제, 스톡홀름 시티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화제가 된 '무지개 나라의 유산'은 이제는 하와이의 당당한 한 축이 된 하와이 한인 이민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작품은 하와이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먼저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곧장 영화는 1903년 1월 13일은 최초의 한국인 그룹 102명이 하와이 땅을 밟은 날을 회상하며 한국인의 미주 이민 역사가 시작된 날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한국인 102명은 1903년 1월 13일 하와이에 도착했는데, 당시 한국인들은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고된 노동을 했다. 하루에 주어진 휴식 시간은 점심시간 30분뿐이었다.

1903년부터 일제에 의해 해외 이민이 중단됐던 1905년까지 하와이에 온 1세대 한인 7천 명 중 대다수는 남성이었고, 여성은 전체 9%에 불과했다. 신붓감을 구하기 어려운 한인들은 소위 사진 중매로 신붓감을 구했고, 1910년부터 24년까지 사진 중매로 700여 명의 한인 여성이 하와이로 갔다.


한인이주역사 자료


그렇게 하와이에 도착한 한인 여성들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낯선 문화, 낯선 땅에서도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했다. 1920~1940년대 통계에 따르면 다수 한인 자녀들이 하와이 대학에 입학했고 이들은 현지 커뮤니티의 중심에 진출해 현지 사회를 이끄는 최고 인재 집단이 됐다.

특히 본편 5편에서는 1903년~1920년 사이 한국에서 하와이로 건너간 최초의 한인 이민 1세 직계 자손 5인을 소개했다.

이 작품은 지난달 28일 하와이대학교 마우이 칼리지에서 열린 마우이 한인회 주최 '무지개 나라의 유산' 이민 역사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시작으로 현지 청소년들을 위한 아이우에아 무료 상영회 등으로 현지 커뮤니티를 통해 청소년들의 교육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편, 이 작품은 지난해 총영사관에서 공모한 디지털 공공 외교 입찰 당선작으로, 영화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총영사관에서 지원했다.

제41회 하와이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세계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무지개 나라의 유산'은 한국에서는 이미 영화제, 상영회 등을 통해 관객을 만났으나 하와이 주내에서는 이번이 영화제 이후 첫 상영이다.

'무지개 나라의 유산'은 모두 여섯 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으로, 이번 마우이 상영회에서는 '프롤로그' 편, 그리고 해리 김 전 빅아일랜드 시장과의 인터뷰를 다룬 '본편 2편'이 상영됐다.

영화를 제작한 이진영 감독은 '무지개 나라의 유산'은 비영리/비상업 다큐멘터리로 유튜브에서 '무지개 나라의 유산'을 검색하면 누구나 시청할 수 있고, 특히 초중고/대학 및 비영리 단체에서 상영을 원할 경우 영화의 공식 홈페이지 www.theRainbowWords.com을 통해 연락할 시 고화질 원본 파일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6부작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이 작품(무지개 나라의 유산, Words of Wisdom from the Rainbow State)은 주호놀룰루 한국총영사관 공식 유튜브에서도 찾아 관람할 수 있다.


임지연
[미국/하와이] 임지연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2, 3, 4, 5, 6기
현) 서울신문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수요 칼럼 연재 중
미국 호놀룰루 통신원
조선일보 ‘임지연 기자의 중국육아(교육분야)’ 칼럼 연재
경력) 아시아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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