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그린 만화 <풀> 스페인 출간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3.15

<스페인어로 출간된 김금숙 작가의 만화 '풀' - 출처 : 통신원 촬영>

<스페인어로 출간된 김금숙 작가의 만화 '풀' - 출처 : 통신원 촬영>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다룬 김금숙 작가의 흑백 만화 풀(스페인명: Hierba)>이 스페인어로 출간되었다만화 <>은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그 일생을 그린 만화이다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2016 스토리 투 웹툰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탄생한 이 만화는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미국이 권위 있는 만화상인 하비(Harvey)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국내에서 2016년 대한민국 창작 만화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에서 인정받았고나아가 영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 등 총 12개의 언어로 해외 각국에 출판되었다그리고 드디어 올해 2월 스페인어로 출간되었다. <>의 출판을 맡은 출판사 Reservoir Books(Pengguin Ramdom Hous Grupo Editorial 소속 출판사 레이블)은 2차 세계 대전 아시아인 위안부에 관한 이야기라며 꼭 읽어야 할우리가 끝까지 싸워야 할 이야기를 그린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의 장르)라고 소개했다.

 

로맨스나 장르물이 아닌 한국의 역사의 일부분을 이야기하는 만화가 소개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게다가 오랫동안 진실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와 싸워오고 있는 소재이기에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최근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유럽을 포함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지만 그 이전 일본은 오랫동안 신비로운 아시아 문화의 대표로 소개되고 있었다거기에 아시아 역사에 대한 무지가 더해져 한일 관계의 잡음들은 항상 한 쪽의 입장에서 소비되기 일쑤였다특히 스페인은 역사적으로 많은 식민지를 거느린 제국주의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 과거사 규명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은 과하다는 시각도 존재해왔다그러나 케이팝이 세계 음악 시장을 뒤흔들고 한국 드라마들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한국을 재인식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케이팝과 드라마 너머의 한국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고우호적인 태도로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


<스페인 최대 서점 체인점 Casa del Libro 외 스페인 서점 온라인 판매 모습 – 출처 : Casa del Libro 웹사이트><스페인 최대 서점 체인점 Casa del Libro 외 스페인 서점 온라인 판매 모습 – 출처 : Casa del Libro 웹사이트>


이번 만화 <풀>의 출간도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진 시기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풀>의 출간에 대해 스페인의 언론의 관심도도 매우 높고, 그 아픔의 역사를 다루는 시각도 예전에 비해 조심스럽고, 조금 더 한국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 스페인 출간 당시 화상회의를 통해 작가는 스페인 언론들과의 기자 회견을 가졌는데, 이것 또한 이례적인 일이었다.

스페인 공영 방송국 채널 《RTVE》는 <풀>을 삽화와 함께 소개하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국인 위안부의 가슴 아픈 증언”이라는 소제목을 붙였는데, 이는 기존의 스페인 언론들이 보여왔던 ‘중립적’인 태도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기사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에도 책 속에는 자연의 아름다운 이미지들 가득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전하며 이에 대해 “처음에 가장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폭력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강간이나 학살 장면을 조잡하게 그린다면 그 비인간적인 행위의 잔혹성이 피해자들을 더 괴롭힐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작가의 말을 전하며 함부로 슬픔을 소비하지 않는 작품의 태도를 호평했다.

우리가 알다시피 일본 정부는 이 사실에 대해 부인하면서 이 여성들이 돈을 대가로 일한 매춘부였다고 일축하고 있다. 기사는 책 소개를 통해 이와 같은 사실을 명확히 전한다. 책은 “1993년, 고노 요헤이는 이 여성들을 강제로 모집했다고 시인했지만, 2014년 당시 총리였던 아베 신조는 고노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주장하며 사실을 부인했다”며 아직도 몇 명 남지 않은 피해자들이 여전히 일본 정부의 사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전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젊음을 되돌릴 수 없기에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를 기다리고 있다”는 할머니들의 마음을 그대로 전한 것이다. 이번 <풀>의 스페인어 출간은 한국의 슬픔 역사이자 그 진실을 알리기 위해 싸우고 있는 현재의 이이야기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한편 출판사 Reservoir Books는 한국 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 이야기를 다룬 작품 김금숙 작가의 <기다림>도 출간한다고 알렸다.


※ 참고자료
https://elpais.com/cultura/2022-02-24/memorias-dibujadas-de-una-esclava-sexual-coreana.html
https://www.rtve.es/noticias/20220224/hierba-comic-mujer-consuelo-corea-ii-guerra-mundial/2296424.shtml



정누리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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