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언론분석] 엘 파이스, "한국문화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나"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2.28

<문화 잡지 '바벨리아'의 한국 문화 인기 분석 기사 – 출처 : ÓSCAR LLORENS/엘 파이스(El pais)>

<문화 잡지 '바벨리아'의 한국 문화 인기 분석 기사 – 출처 : ÓSCAR LLORENS/엘 파이스(El pais)>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El país)》 문화 잡지 《바벨리아(Babelia)》가 ‘<기생충>, <오징어 게임>, BTS: 한국 문화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근 전 세계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현대 문화의 영향력에 대해 자세히 분석했다. 최근 한국 문화의 세계적인 인기는 정치, 경제, 군사적이고 물리적인 힘 없이 문화적인 매력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소프트 파워의 가장 좋은 사례로 언급된다. 오로지 ‘문화’로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은 이제 서구권의 대중들에게 ‘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을 언급할 때 늘 북한 이슈가 가장 화두에 올랐지만, 이제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부산행>,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거론된다. 프랑스 문화를 거쳐 미국의 코카콜라와 청바지, 영국의 비틀즈, 덴마크의 휘게 패션 등 서구권 문화에 이어 세계는 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 문화에 집중하고 있다.

 

기사는 “최근 몇 년 동안 소프트파워의 개념을 한국만큼 더 잘 구현해 내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고 표현하며, “2009년 소프트 파워의 개념을 만든 조셉 나이(Joseph Nye) 교수는 아시아 국가들이 소프트 파워 제국이 되기 위한 필요한 자원이 충분하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언제부터 문화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 조명하면서 “한국이 IMF 경제위기라고 불리는 국가 부도 사태를 겪은 뒤, 기술과 자동차로만 경제를 이끌어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1960년대 가나보다 GDP가 낮았던 한국은 세계 12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고, 국가의 생존은 문화산업에 대한 투자에 달려있다고 판단한 것”이라 분석했다.

 

기사는 “한국문화원을 비롯, 문화를 알리기 위한 기관 설립하고 이에 투자하기 시작한 10년 후, 한국의 아티스트 방탄소년단은 대통령 주제 대사로 유엔에서 연설을 했고, 아트바젤과 함께 세계 최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Friexze)는 차기 거점으로 서울을 선택한 바 있다”면서 “외국어 영화 최초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작 <기생충>,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자를 보유한 <오징어 게임>도 할리우드와 서구권의 문화적 지배력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표현했다. 이어 영화, TV 시리즈, 예술, 음악 부문으로 나누어 이전에는 서양에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혹은 알려고 하지 않았던 한국 대중문화 예술의 잠재력과 그 발전 과정에 대해 소개했다.

 

해외 영화 마니아들은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 이전, 이미 김기덕과 홍상수와 같은 작가주의적 감독들을 통해 한국 영화를 접하며 열광해왔다. 작품성을 충분히 인정받기는 했지만, 대중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일반 관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기사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성공에 대해 “계급 투쟁을 블랙코미디 소재로 전환하는 능력과 영화 공간의 엄청난 지배력으로 전 세계 대중들을 매료시키며 4개의 아카데미 상을 수상했다”라고 설명한 한편, <기생충>의 성공 이전, 이미 넷플릭스 작품이라는 이유로 칸 영화제 공식 부분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옥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참고로 <옥자>에 대해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극장상영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수상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비난한 바 있지만, 그 역시 최근 영화 <페러럴 마더스(2021)>를 넷플릭스에서 공개했다.

 

기사는 할리우드 진출, 외국 배우들과 훌륭한 합을 보여준 <설국열차(2013)>, 산세바스티안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안겨준 <살인의 추억(2003)>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후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2003)>로 쿠엔틴 타란티노 심사위원장의 찬사와 함께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영화가 국제적인 레벨에 올랐음이 증명됐는데, 기사는 이를 두고 “이전에는 서구 대중들이 한국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중 장르(멜로드라마, 코미디, 무술영화)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멜로의 거장 이창동, 금기의 시인 김기덕, 자백적인 미니멀리스트 홍상수, 형식주의자 김지원, 잔인함의 서예가 연상호”라는 표현은 한국 영화 감독들에 대한 깊은 지식과 애정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훌륭한 감독과 작품은 있었지만 대중적이지는 않았고, 영화에 대한 별다른 지식이 없는 서구의 관객들이 쉽게 접근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란 것이다. 물론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역사에 대한 감각과 넓은 시야를 가진 서구의 영화애호가들은 오랫동안 한국 영화와 함께 해왔지만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심리적 벽을 허물며 대중적으로도 작품적으로도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인기는 거대 스트리밍 산업을 통해 문화와 예술이 국경을 초월하는 매혹적인 현상을 제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드라마는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에서 스스로 틈새를 개척하면서 도전하며 성공을 이루고 있다. 이에 기사는 “한국 TV 시리즈 발전은 수십 년에 걸쳐 한국 사회를 지배한 권위주의가 사라지고 민주주의 시작하면서 창의성은 폭발했다”고 말한다. 그 사례는 <사랑과 야망>, <여명의 눈동자>에서 확인된다. 동 작품은 “스타의 탄생과 정부의 대중문화 관련 정책을 이끌어 내 발전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도 언급됐다.

 

한국 문화의 폭발적인 성공의 원인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세계를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서구권 문화에 익숙해진 전 세계의 대중들의 관심을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주지하다시피, 기사는 그 원인을 예술 시스템의 세계화에서 찾고 있다. 기사는 “세계화는 유럽 중심주의의 침식을 가져왔고,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전선이 열렸다”며 “예술과 사상의 역사는 이제 더 이상 서구의 역사가 아니다”라고 명확히 말한다. 예술의 세계화는 권력의 재분배뿐만 아니라 세계의 문화산업에서 이해와 공존을 앞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팝을 포함한 한국의 문화예술은 어느 때보다 세계화와 다문화를 강조하며 ‘심리적 거리감’을 의도적으로 좁혀야 한다는 시대의 요구에 맞물려, 독보적인 창의성과 오랜 기간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경험을 쌓았고, 인적으로, 물적으로도 투자해왔다. 그럴 토대로 문화 환경과 시스템은 발전하여 세계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국 문화의 이와 같은 성공은 그간 서구권 중심이었던 글로벌 문화 담론에서 비주류로서의 좁은 문을 뚫고 얻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기사는 한국, 아시아의 문화가 글로벌 수준에서 주류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몇 명의 뮤지션, 특정 작품들이 집중받는 현상에 그치지 않고 세계 시장의 판도를 꾸준히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시사점을 안겨준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 참고자료
《El Pais》 (22. 2. 12.) <‘Parásitos’, ‘El juego del calamar’, BTS: por qué la cultura coreana conquista el mundo>, https://elpais.com/babelia/2022-02-12/la-excepcion-cultural-coreana.html



정누리

  •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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