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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색으로 물든 6월의 니떼로이(Niterói) - 광복절을 한국문화의 날로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7.16

한국의 색으로 물든 6월의 니떼로이(Niterói) - 광복절을 한국문화의 날로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관광도시 리우데자네이루 건너편, 구아나바라만 너머에 니떼로이(Niterói)시가 있다. 같은 리우데자네이루주에 속하고 차로 15분 다리 하나 걸친 사이라 리우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니떼로이 시민들은 엄연히 문화도 분위기도 다르다며 단호히 선을 긋는다. 도시는 소박할지언정 평화롭고 온화한 질서를 갖춘 니테로이는 리우 못지않은 아름다운 자연과 수준 높은 예술 문화를 자랑한다.


보통 리우에 온 관광객들이 가까운 니떼로이를 들르는 가장 큰 이유는 니떼로이 현대 미술관을 보기 위해서다. 세계적인 브라질 건축가 오스카르 니에메예르(Oscar Niemeyer)가 설계한 이 미술관은 마치 하얀 비행접시가 바닷가 언덕 위에 살짝 내려앉은 모습으로 미래적인 외관과 푸르른 자연이 어울려 이색적인 경관을 자아낸다. 시내를 조금 벗어나면 아름다운 바닷길을 즐길 수 있다. 리우의 바닷가보다 덜 상업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이따꼬아치아라 바닷가는 니떼로이 시민들이 꼽는 최고의 휴양지다. 지역 대학인 플루미넨지 연방 대학교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명문 교육 시설로 건국대, 한국외대 등 한국 대학들과도 교환 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국비 장학생도 여럿 배출하는 등 실력 있는 젊은이들이 한국과 좋은 연을 만들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니떼로이 소개를 하는 이유는 이번 6월이 여러모로 니떼로이와 한국이 만나는 기념적인 달이기 때문이다.


< '한국의 빛' 전시가 열리는 니떼로이 현대미술관(MAC) - 출처: 통신원 촬영 >


지난 7일 금요일 저녁 리우데자이루의 명물 꼬르꼬바두 언덕 위 예수상이 푸른 한복을 입고 나타났다. 한국문화원, 한국대사관, 진주시, 니떼로이 스쿠올라 문화센터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브라질과 한국 양국 수교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의 이진희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봄의 탄생과 생명을 뜻하는 청색 도포와 올해 G20 정상회의 로고 색상의 술띠를 매었다. 이전에도 기념행사나 마케팅의 일환으로 예수상에 색을 쏘거나 이미지 매핑을 한 경우는 수없이 많았지만 아예 외국 전통 의상을 입은 듯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흔히 보는 단순 형광 발광이 아니라 차분한 도포와 청아한 하얀 깃이 지적이고 정제된 한복 디자인을 통해 문화의 정체성이 돋보였다.


SNS에는 이를 본 사람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멋지다.", "TV에서 보고 실물을 보러 바로 밖에 나왔다.", "예수가 한국에 있었다면 이 같은 옷을 입고 있을 것 같다.", " 효과적이고 배울만한 좋은 마케팅이다." 등 대부분 긍정적인 호평을 쏟아냈지만 일부 종교적인 대상에 잘못된 접근이었다는 비판도 보였다. 이튿날에도 태극기 색을 비추어 양국의 친선 기도를 이어갔다.


< '한국의 빛-진주 실크등' 니떼로이 전시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예수상 한복 이벤트가 잔칫상 애피타이저였다면 메인 디시는 위에 언급한 니떼로이 현대미술관(MAC)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빛-진주 실크등' 전시다. 2023년 상파울루 한국문화원에서 호평받은 실크등 전시가 이번에는 자리를 옮겨 니떼로이에서 제2막을 선보인 것이다. 6월부터 8월까지 세 달 동안 펼쳐질 이번 전시는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니떼로이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 상징적인 곳에서 만나는 한국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전시회에 들어서는 순간 형형색색 등불의 영롱한 빛깔에 관객들은 홀린 듯 바라봤다. 저문 밤하늘을 밝힐 3차원 달 조명 역시 한국의 미를 물씬 드러낸다. 아름다운 진주 실크등의 고향이자 한국 전통문화의 산지인 진주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진주의 전통 축제 광고 영상과 특히 매년 10월 펼쳐지는 진주남강유등축제의 벽면 파노라마 사진 전시 등에서 그 규모와 화려함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 행사에 빠질 수 없는 한복 체험은 항상 인기 코너다. 전통에서 퓨전까지 나이별로 다양하게 마련된 한복은 방문객들의 소중한 추억의 놀이터가 된다.


< '한국의 빛' 전시를 찾은 아나 씨와 아넬리세 씨가 달 조명 아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니떼로이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아나 씨는 집 앞에서 열리는 한국 전시회 소식을 듣자마자 다녀와 벌써 두 번째 방문이라고 한다. 한국어를 배운 지 6년, 한국에도 다섯 차례나 다녀왔지만 내 고향에서 열린 축제에 감회가 남다르다. "한국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졌다는 걸 느껴요. 몇 년 전만 해도 제가 한국 얘기를 하면 친구들은 한국이 어디냐고 시큰둥했는데 이제는 저한테 먼저 한국 얘기를 꺼낸다니까요. 이번 전시만 해도 얼마나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자들이 있는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체감해요."


전시를 둘러본 후 "우리 동네에도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런 한국 콘텐츠가 생겨 정말 좋았어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다들 한국에 애정을 가진 것이 느껴져요. 전시가 생각보다 작아 조금 아쉬운데 다음에는 더 큰 규모의 한국 전시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새롭게 진주에 대해 알게 돼 좋아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에서 제일 좋았던 곳으로 설악산과 제주도를 꼽은 아나 씨의 다음 여행지는 아마 진주가 아닐까.


26일 니떼로이 시의원 안드리고 지 까발류는 자신의 SNS에 황인성 총영사 등과 함께한 만찬 사진과 함께 '한국의 빛' 전시를 축하하며 한국의 광복절 8월 15일을 니떼로이의 한국문화의 날로 지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양국 문화계가 열심히 공들인 결과 올가을 니떼로이와 한국이 이렇게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아나 씨의 바람대로 앞으로도 이 사랑스러운 도시에서 다양한 한국의 모습을 만날 수 있도록 긴 인연의 첫 단추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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