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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도 작가 권용섭의 작품, 레인빅토리호에 전시되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7.17

[인터뷰] 독도 작가 권용섭의 작품, 레인빅토리호에 전시되다


LA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독도 작가, 권용섭 씨가 LA를 찾았다. 권 작가는 한국과 미국을 모두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지만 인생의 테마만큼은 오롯이 '독도' 하나였다. 20년 세월을 한결같이 독도를 그리고 전시했던 권 작가를 LA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 통신원과 LA의 커피숍에서 만난 독도 작가 권용섭 - 출처: 통신원 촬영 >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이름은 권용섭입니다. 저는 미국으로 이민 와 LA에서 10여 년을 살다가 현재는 한국으로 역이민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가족들이 LA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LA를 찾습니다. 그래서 LA와 서울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자주 방문하지만 이번에는 특히 레인빅토리호(SS Lane Victory, www.lanevictory.org)에 저의 독도 관련 작품과 레인빅토리호에 관한 작품을 기증하기 위해 왔습니다. 이는 무엇보다도 레인빅토리호를 바로 알리기 위함입니다.


< 권용섭 작가의 레인빅토리호 스케치 - 출처: 권용섭 작가 제공 >


선생님 작품의 주요 주제인 독도가 한국의 동해 끝 섬인 것은 잘 알겠는데 레인빅토리호는 어떤 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레인빅토리호는 6.25 전쟁 기간 중 흥남 부두 철수 때, 한국인 피난민 7,600명을 실어 날았던 한국인들과 인연이 큰 배입니다. 저는 흥남 부두 철수는 세계 전쟁 역사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작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958년에 태어났기 때문에 6.25 전쟁이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간 직후의 시기에 유아기를 보냈습니다. 제 삼촌은 6.25 전쟁으로 유명을 달리하셨어요. 저는 숙모와 사촌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채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미국에 건너왔던 해인 2004년 저는 샌 페드로(San Pedro) 항구에 심장이 멈춘 듯 정박해 있는 레인빅토리호를 처음 보았습니다. 그 순간 레인빅토리호는 제 감성을 완전히 사로잡았습니다. 흥남 부두 철수 당시 레인빅토리호의 선실에는 138명의 승무원과 18명의 군인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3층 벙커 침대가 놓여 있는 침실 몇 개밖에 없는 배에 어떻게 7,600명이 탑승할 수 있었는지 도저히 믿어지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레인빅토리호는 독도와 함께 제 가슴에 작품의 대상으로 와닿았습니다.  


< 2015년 레인빅토리호 선상에서 직접 그림 그리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권용섭 작가 - 출처: 권용섭 작가 제공 >


레인빅토리호 선상에서 그림을 직접 그리는 퍼포먼스를 하셨다고요?

네, 지난 2015년이었습니다. 레인빅토리호의 뱃전에 7m 높이의 대형 무명 화폭을 매달고서 70년 전 흥남 부두 철수 때 뱃전에 매달렸던 피난민의 심정을 생각하고, 그 장면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힘차게 붓을 휘두르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놀라워하던 현지인들의 표정이 아직도 눈앞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부분 혼자서 작품 활동을 하지만 무언가 사회에 전하고 싶은 강렬한 메시지가 있을 때에는 즉석으로 현장에서 그림을 그림으로써 참여한 관객들에게 그 메시지를 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근현대사의 한 부분을 한인 동포들은 물론 미국인들도 다시 한번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런 퍼포먼스를 하게 됐습니다.


얼마 전에는 레인빅토리호에 선생님의 작품을 기증하셨죠?

네. 지난 6월 17일 레인빅토리호와 관련된 제 수묵화 작품 10점을 레인빅토리호 측에 기증했습니다. 저는 토렌스(Torrance) 지역에 살던 시절, 틈틈이 샌 페드로의 레인빅토리호를 찾아와 시시때때로 변하는 모습을 화첩에 기록해왔습니다. 그 장엄한 역사를 지나온 레인빅토리호가 이제 고요히 정박해있는 모습을 보고 두고 온 조국과 우리 민족의 역사를 생각하지 않을 한국인은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레인빅토리호 작품들 중 10점을 지난 6월 17일, 레인빅토리호에 기증했습니다. 레인빅토리호 관계자들 모두가 매우 기뻐했습니다. 저 역시 제 작품들이 있어야 할 곳을 찾은 것 같아 무척 행복했습니다.


며칠 전에도 작품 기증 때문에 레인빅토리호에 다녀오셨는데, 레인빅토리호의 현재 모습은 어떤가요?

내년인 2025년이 되면 레인빅토리호도 여든 살이 됩니다. 노장이죠. 내년 여든 살 생일을 앞두고 레인빅토리호도 재정비에 들어갔어요. 레인빅토리호의 자원봉사자들이 배의 엔진을 고쳐 시동을 걸고 운행하기도 했어요. 또 갑판에 있는 기관총포도 정비했고요. 그날은 더욱 특별했던 것이 1992년 레인빅토리호를 카탈리나섬까지 운행했던 기관사 릭 바에자(Rick Baeza) 씨가 자리를 함께해 저와 제 아내에게 기관실을 개방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배의 아래쪽, 수면 밑으로까지 내려가서 75m의 프로펠러 동선을 따라가는 비상 탈출구 등 배의 구조를 상세하게 안내받은 대로 스케치할 수 있었습니다.


< 레인빅토리호 앞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귄용섭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레인빅토리호 내 한국전쟁기념관을 만들 계획도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현재 레인빅토리호는 문화 역사 유산으로 지정돼 있는데요. 큐레이터에 따르면 6.25 전쟁 당시 워낙 전쟁 상황이 긴박했기 때문에 자료가 제대로 정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그래서 하루속히 자료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레인빅토리호 측은 제가 2019년에 제안했던 대로 배의 가장 앞면에 한국전쟁관을 만들어 제 작품들을 전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동포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미국 LA에 이런 유산과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된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2023년에는 작품들을 모아 '독도 화보집'도 출판하셨죠?

네, 그렇습니다. 저는 제 아내인 여영난 작가와 함께 오랫동안 독도 그림을 그리고 독도 전시회를 많이 해서 둘 다 '독도화가'라는 별명이 생겼어요. 지난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아름다운 우리 섬 독도를 화폭에 담은 것을 모아 화보집을 냈습니다. 화보에는 제가 그린 수묵화가 65점, 여영난 작가의 유화가 53점, 모두 118점의 독도 그림이 담겨 있습니다. 제가 그린 한국화는 작지만 웅장한 독도의 기상을 힘차게 담고 있고요. 제 아내인 여 작가의 유화는 아름답고 화려한 색감을 통해 독도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풍부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십 차례 전시회를 개최하고 화보도 발간했지만 이번 화보집은 저희 부부가 지금까지 함께 작업해 온 독도 작품들을 엄선해 처음으로 한 지면에 선보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도 작가가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희 부부는 2000년, 모리 일본 총리의 망언을 계기로 '독도 지킴이'로 나섰습니다. 2004년 미국으로 이주해 전 세계를 돌며 독도 그림 전시와 퍼포먼스를 펼쳐왔어요. LA에서는 독도 미술관인 '가야 갤러리'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중국, 필리핀 등 각국의 유수한 대학에서 독도 작품 전시와 수묵 퍼포먼스로 독도가 한국 땅임을 각인시켰고 브라질 독도 전시회 개최 등 지구촌을 돌며 미술가로서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왔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한·미·일 정부기관이나 거리 행사장의 전시 등 해외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후원이나 정부 지원금 없이 개인 비용으로 충당하며 해왔습니다. '독도 수호'라는 사명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앞으로 독도에 작업실을 세워 명실공히 독도가 대한민국의 땅임을 전 세계에 선포하고 그곳에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온몸으로 독도를 사랑해야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권용섭 작가 제공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4시엔 스텔라입니다.' 진행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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