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제26회 상하이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영화에 대한 현지 반응과 시사점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7.22

제26회 상하이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영화에 대한 현지 반응과 시사점


6월 14일부터 23일까지 제26회 상하이국제영화제가 개최돼 공식 상영작 470여 편 중 5편의 한국 영화가 상하이에서 상영됐다. 우선 '스펙트럼-미드나잇 판타지(SPECTRUM: MIDNIGHT FANTASY)' 부문에 초청된 <범죄도시 4(犯罪都市4)>의 경우 국내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하고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 외국에서 리메이크 예정 등 최근 소식이 중국 관객들에게 충분한 홍보 효과를 냈다. 또한 지난 4월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화제를 모은 장재현 감독의 <파묘(破墓)>와 홍상수 감독의 <여행자의 필요>가 각각 '스펙트럼-미드나잇 판타지' 부문과 '공식 추천: 명감독 신작(NEW FROM AUTEUR)' 부문을 통해 현지 관객들을 만났다. 제26회 상하이국제영화제는 이외에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오른 유재선 감독의 <잠(眠)>, 김덕민 감독, 한국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주연의 <도그데이즈(宠爱)> 등 총 5편의 한국 영화를 선보였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 유태오 주연의 <패스트 라이브즈(过往人生)>도 '공식 추천: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모든 표가 매진됐지만 그 이유가 외재적 요인인지 콘텐츠 자체의 매력 요인(내재적 요인)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통신원은 이번 상하이국제영화제 자원 스태프로 참가해 <범죄도시 4>와 <잠> 상영 관람권을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두 작품을 통해 시사점을 알아보고자 한다.


< 제26회 상하이국제영화제 포스터 - 출처: 상하이국제영화제 홈페이지 >


영화 <범죄도시 4>의 현지 반응과 시사점

<범죄도시 4>는 제26회 상하이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스펙트럼-미드나잇 판타지' 부문을 열고 영화제 기간 중 5회 상영됐다. 상하이국제영화제의 '스펙트럼-미드나잇 판타지' 부문은 세계 각지에서 온 장르 영화를 전시해 가장 인기 있는 부문 중 하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해를 거듭할수록 상하이국제영화제에 열광하는 관람객들은 대학생 영화 마니아층이라는 점이다.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홍슈(小红书)에 점점 구하기 어려워지는 영화제 초청작 상영 티켓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영화 평점, 영화 추천 혹은 배경이나 디테일에 대한 설명을 업로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전반적인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초반부터 한국판 드웨인 존슨이라고 불리는 배우 마동석에 대한 젊은 영화 애호가들의 선호에 따라 이목을 끌기 쉬웠다. 인터뷰에 응한 한 중국인 관객은 "<범죄도시> 이전 시리즈를 어디서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장르물은 시리즈로 상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전 시리즈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리즈물임에도 사건과 악역 등 설정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에 이전 시리즈를 보지 않았더라도 전개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영화 평점 사이트 도우반(Douban)에서도 이번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한 관객들의 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한 댓글은 "마동석이라는 제일 강한 형사와 3편에서는 없었던 배우 박지환의 코미디 요소 복귀는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요소지만 그래도 덕분에 즐거운 저녁이었다."고 전했다.


"이전 시리즈와 비슷한 전개, 중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동남아 국가와의 공조 수사 등의 이야기 전개가 아쉽다."고 전했다. 사이버 수사와 국제 공조가 많아진 요즘의 범죄 추세를 무시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한국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초청돼 상영했다고 하기엔 다소 진부하다는 평이다. <범죄도시 4>를 처음 본 관객과 이전 시리즈에 이어 본 관객의 평론이 나뉘는 지점이다.


< 6월 19일 영화 '범죄도시 4'가 상영되기 전 관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스토리에 대한 진부함 말고도 현장에서 느껴진 번역의 차이도 있었다. 통신원이 앉은 2층 좌석에는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가족들과 한국 영화를 보러 찾아온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들이 웃는 포인트에 중국인들은 공감할 수 없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영화 속 인물이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라고 한 말에 "머리에 피 돌고 있거든!"라고 받아쳐서 한국 관객들이 웃는다고 가정했을 때, 중국어 자막을 살펴보니 "어린놈이!"라고 한 말에 이어 "안 어려!"라고 번역돼 있었다. 화면에 삽입된 영어 자막을 중국어로 직역한 2차 번역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영어로 정제된 언어가 다시 정제되는 과정을 거쳐 번역에 대한 아쉬움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문화적 인접성으로 한국어에서 쓰이는 사자성어, 한자어, 호칭어, 의성어, 의태어 심지어 관용구까지 중국어와 비슷한 경우가 많다. 문화적 할인(cultural discount)이 적용되지 않게 최상의 상태로 영화를 유통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현장에 설치된 사진 촬영 장소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는 젊은 중국인 관객 - 출처: 통신원 촬영 >


영화 <잠>의 현지 반응과 시사점

영화 <잠> 역시 중국의 2030대가 관람객의 주를 이루고 있었다. 출구에서 이들에게 영화에 대한 평점과 그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나름 재미있었다. 왜 봉준호가 언급했는지 알겠다."며 "사실 출연 배우보다는 봉준호 감독이 언급했다는 사실에 표를 구입했는데 스토리가 탄탄했다. 졸지 않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관련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힌 또 다른 남성 관객은"스토리가 점진적이라서 구성이 좋았다고 본다. 공포가 느껴졌다가 눈물이 났다가 결국엔 웃음이 났고, 사랑이었구나 싶었다. 국제영화제에 초청될 만한 공통적 감정을 잘 연출했다고 본다. 하지만 상업 영화여서 아쉽다."면서 "한국 영화도 예술 영화로 주목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첨언했다.


한편 도우반 평점은 5.9점이며 평균 평점은 3점이다. 평론 총 3,844개 중 최다 좋아요를 받은 댓글은 "초반 구성은 좋았으나 뒤로 갈수록 그냥 여차가 미쳐가는 스토리였다. 모든 공포물이 그렇듯 개가 죽고 점차 사람으로 조여오는 그저 그런 스토리였다."는 냉담한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영화 <잠> 역시 장르물의 특성이 갖는 한계를 뛰어넘지 못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진부함을 느끼게 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밖에도 '한국 영화는 상업 영화'라는 인식이 중국 관객 전반에 퍼져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두 극장의 상영시간표에 프랑스, 일본 영화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영화 <퍼펙트 데이즈>로 올해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배우 야쿠쇼 코지가 상하이국제영화제 시사회에 참석했다. 그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것 같다. 다 피곤할 것이다."라며 영화가 인기 있는 이유를 전했다. 해당 영화로 야쿠쇼 코지는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 상영 후 중국 관객들이 박수를 길고 크게 쳐 소셜미디어에 관련 소식이 업로드된 바 있다. 이번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점은 프랑스 영화와 일본 영화의 약진이다. 이를 통해 중국 관객이 선호하는 관람 범위가 넓어졌고 해외 영상물에 대한 기대 또한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사진으로도 볼 수 있듯 특히 프랑스, 일본 영화는 예술 영화부터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까지 폭넓은 장르를 선보였다. 한국 또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제작부터 배급, 상영까지 보다 다양하고 정확하게 유통할 필요가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상하이국제영화제 홈페이지, https://www.siff.com


- 도우반(Douban), https://movie.douban.com


- 《百家号》 (2024. 6. 18). 68岁戛纳影帝漫步上海:大城市里的人很相似,都很疲劳, https://baijiahao.baidu.com/s?id=1802172398314058129&wfr=spider&for=pc&searchword=%E4%B8%8A%E6%B5%B7%E5%9B%BD%E9%99%85%E7%94%B5%E5%BD%B1%E8%8A%82%20%E5%AE%8C%E7%BE%8E%E7%9A%84%E6%97%A5%E5%AD%90


- 《澎湃新闻》 (2024. 6. 14). 本周看啥|上海国际电影节开幕,佳片云集的10天, https://baijiahao.baidu.com/s?id=1801822370802862171&wfr=spider&for=pc&searchword=%E7%AC%AC26%E5%B1%8A%E4%B8%8A%E6%B5%B7%E5%9B%BD%E9%99%85%E7%94%B5%E5%BD%B1%E8%8A%82%E6%B5%B7%E6%8A%A5


- 최수연, 김혜림(2020). 한국영화 번역 시스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번역학연구, 21(5), 299-349.




성명 : 김근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상해)/상해 통신원]

약력 : 복단대학교 신문학원 매스커뮤니케이션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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