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터뷰

[히로시마] 신형근 총영사 / 아사히 / 기고
출처
외교부
작성일
2012.05.08
원본URL
http://www.mofat.go.kr/webmodule/htsboard/template/read/korboardread.jsp?typeID=11&boardid=754&seqno=304095&c=&t=&pagenum=1&tableName=TYPE_ASSOCIATE&pc=&dc=&wc=&lu=&vu=&iu=&du=



신 총영사의 히로시마 일기 (정기 투고 1)
신형근 주히로시마총영사 / 2012.4.20 / 아사히



제가 외교관이 된 것은 1978년. 처음에는 일본 근무를 지망했지만 구미와 중국에서 근무하였고 작년에, 30년 이상이 지나서야 꿈의 출발점인 히로시마에 오게 되었습니다.

선친은 히로시마의 피폭자였습니다. 원폭으로 부상을 입고 역경과 고난 속에서 반 평생을 재외피폭자 권리회복 운동에 바쳤습니다. 제게는 언제나,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일본의 여러분들과 단체와 교류하면서 분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외교관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히로시마 부임이 결정되었을 때 아버지가 이끈 듯 하여 운명적인 것을 느꼈습니다.

히로시마를 비롯한 일본 각지로부터 선친의 벗들이 저를 환영하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이름만 알고 있던 분들을 실제로 만나, 저도 몰랐던 아버지의 생전의 이야기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제가 외교관 시험에 합격한 것을 뿌듯하게 자랑하셨다는 말을 듣고 새삼 생전의 선친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 아파하기도 했습니다. 저를 돌아보면 선친의 운동을 미처 돕지 못했던 것이 아쉽고, 지난 날을 너무나 느긋하게 살아온 듯 합니다.

착임 후 저는 선친이 피폭한 가나야마쵸, 지내던 집, 원폭 위령비를 가능한 한 자주 찾아서 선친의 유지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기 위하여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 자문하였습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 모두에게 동일한 과제로서 남아있습니다. 불행한 과거의 잘못을 함께 생각하며 이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아시아태평양시대를 건설해 나가는 것. 서로를 선택할 수 없는 이웃나라 한국과 일본은 운명적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