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터뷰

[벨라루스] 강원식 대사 / Magazine Belarus / 인터뷰
출처
외교부
작성일
2011.08.19
원본URL
http://www.mofat.go.kr/webmodule/htsboard/template/read/korboardread.jsp?typeID=11&boardid=754&seqno=303664&c=TITLE&t=&pagenum=19&tableName=TYPE_ASSOCIATE&pc=&dc=&wc=&lu=&vu=&iu=&du=




Korean ''''wave'''' in Belarus
강원식 주벨라루스대사 / 8월호 / Magazine Belarus



1. 양국상호관계 발전. 원거리에도 불구 상호이해는?

1992년 한-벨라루스 양국이 수교한 이래, 양국관계는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특히 2007년 12월 민스크에 대한민국대사관이 개설되면서 양국관계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한층 더 발전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벨라루스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9,000km라는 거리는 양국관계 발전에 별다른 장애가 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단지 세계화시대, 정보화시대에 지리적 거리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보다 양국은 서로 공통점이 많고, 협력 잠재력이 크며, 또한 협력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익을 증진하고, 경제발전과 국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며,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양국의 지향이 일치하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서 양국간 협력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그간 양국간에 우호적인 협력이 추진되었으며, 양국관계가 꾸준히 발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2. 투자협력 전망

양국간 경제통상협력은 지속적으로 증진되고 있습니다. 비록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인해 최근 양국간 교역량은 다소 감소하였지만, 벨라루스 통계에 의하면, 2010년 양국간 교역규모는 약 1억 7천만불(2009년 대비 30.2% 증가)을 달성하였습니다. 물론, 양국간 경제통상협력 잠재력에 비하면 교역량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만, 저는 향후 양국간 경제통상협력 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양국간 경제통상협력이 상품교역에 머물러 있고, 보다 높은 협력수준인 직접투자나 합작기업 설립 등의 방식으로는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본인도 이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벨 양국이 수교한 이래 본격적인 경제통상협력은 비교적 최근에야 시작되었습니다. 민스크에 대사관이 개설된 이후, 한국의 상공회의소, 무역협회, 수입업협회 등의 경제통상사절단이 민스크를 방문하였으며, 한국 기업인들의 벨라루스 방문도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국간 경제협력 증진을 위한 좋은 징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상황을 한국 기업의 벨라루스 투자와 진출을 위한 모색기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투자와 협력을 위한 벨라루스의 잠재력, 가능성에 대해 한국기업들이 본격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업의 벨라루스 투자를 위해서는 우리 정부와 대사관의 노력과 함께, 벨라루스측의 적극적인 협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벨라루스 정부와 업계는 벨라루스의 장점, 투자유치 희망분야 등에 대해 한국측에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외국인들이 사업할 수 있는 보다 좋은 제도와 환경을 계속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그간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성장해 온 한국 기업들이 벨라루스에서 안심하고 투자, 통상활동 등을 할 수 있는 제도와 사업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3. KOIMA 사절단 상담회 결과?

지난 5.24-26간 14개 업체 20명으로 구성된 한국수입업협회 통상사절단이 벨라루스를 방문하였습니다. 한국수입업협회는 한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수입전문 경제단체로서 전 세계 100여개 국가의 5만여 공급선으로부터 주요 원자재, 완제품, 첨단소재, 부품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총 무역규모는 약 9,000억 달러이며, 수입은 약 4,300억 달러에 달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총수입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수입업협회가 벨라루스를 방문하였다는 사실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방문시에 한국수입업협회는 벨라루스상공회의소와 업무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경제사절단의 상호방문 추진 등을 통해 양국간 경제통상협력증진을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아울러, 5.25(수) 비즈니스상담회를 개최하여 윤활유, 엔진오일, 폴리에틸렌, 목재류, 분유, 유제품 등 다양한 품목의 수출입에 관한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현재 구체적인 결과와 최종 계약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고 있지 않으나, 약 2,500만 달러 규모의 상담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사관에서 민간기업의 영업비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드릴 수는 없지만, 상담회에 참가한 한국 기업인들이 상담결과에 대해 비교적 좋은 평가를 하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는 향후 양국간 통상증진 전망을 밝혀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대사관은 비즈니스 외교에 중점. 어떤 전략/전술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그 변화에 맞춰 대사관과 외교관에 요구되는 역할도 바뀌고 있습니다. 이른바 냉전시대에는 국가를 대표해 정무적 역할 수행이 대사관에 요구되는 가장 큰 임무였다면, ‘경제의 세계화’가 본격화되는 시대에는 기존의 외교업무 외에 경제통상도 대사관의 임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예! 비즈니스 외교는 대사관이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는 주벨라루스 한국대사관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과제가 아니라, 범정부차원에서 전 재외공관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외교’는 단순히 기업의 판매활동을 지원하는 ‘세일즈 외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업에게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재국 정부 또는 기업 등의 수요와 잠재력을 발굴하여 자국의 기업과 연결시켜 줌으로써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저희 대사관에서는 향후 비즈니스 외교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양국간에 협력가능한 사업을 적극 발굴할 예정입니다. 벨라루스측의 수요와 한국 기업을 연결시켜주고, 반대로 한국측의 수요와 벨라루스 기업을 연계시킬 예정입니다. 금번 한국수입업협회 사절단 방문은 바로 ‘비즈니스 외교’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벨라루스의 발달된 기초과학기술과 한국의 상용화 기술의 결합, 벨라루스의 높은 교육수준을 지닌 양질의 노동력과 한국의 세계시장에서의 마케팅 경험의 결합 등은 비즈니스 외교의 좋은 전략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5. 한국 업계의 벨라루스의 지리적 위상(지정/지경학적 위상) 평가?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보는지? 관세동맹 출범이 벨라루스의 투자매력을 높였는지?

유럽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벨라루스는 천혜의 지경학적 장점을 지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서유럽을 잇는 간선도로와 철도가 벨라루스를 통과하고, 북구 스칸디나비아에서 우크라이나를 거쳐 그리스로 향하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교역로가 또한 벨라루스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남북한 분단의 현실로 인해 반도국가이면서도 사실상의 섬나라로 존재하는 우리 한국의 입장에서는 도로와 철도를 따라 유라시아 대륙 어디로든 진출할 수 있는 벨라루스가 부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2010년에 발족한 벨라루스-러시아-카자흐스탄 관세동맹은 벨라루스의 지경학적 장점을 더욱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근면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양질의 노동력이 풍부한 벨라루스에서 제품을 생산하여, 발달된 도로·철도 인프라를 통해 빠른 시간내 무관세로 1억 7천만명의 거대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입니다.

이미 한국의 기업인들은 벨라루스의 이러한 지경학적 장점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아 전 세계 각지에 진출해 있습니다. 이미 러시아와 폴란드에도 삼성, LG, 현대기아차와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굴지의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습니다. 저는 멀지 않은 시간내 벨라루스에서도 한국 제품 만이 아니라, 한국 기업 등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 경제외 양국은 국제안보 문제에 대한 비슷한 입장. 벨라루스가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한 게 매우/그렇게 중요한 사건인지?

벨라루스는 한국에서 ‘백’러시아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한국도 ‘백의 민족’이라고 불렸습니다. 이미 역사적으로 두 나라 민족은 순수와 순결을, 그리고 반목과 질시보다 평화와 화해를 중요한 가치로 여겨 왔습니다.

앞에서 짧게 언급하였지만, 벨라루스와 한국은 참으로 공통점이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다는 지정학적 위상의 공통점입니다. 세계적인 힘들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이 동북아에서는 한반도, 동유럽지역에서는 벨라루스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벨라루스와 한국은 분쟁의 화약고이기도 하지만, 달리 해석하면, 국제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핵무기는 인류공멸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으며, 더구나 통제되지 않는 집단의 핵무기 소유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끔찍한 일입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 심각성은 단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큽니다. 이미 동북아지역은 전 세계적인 경제력이 집중된 지역입니다.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동북아지역에서의 경제활동 위축이 된다면,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저는 벨라루스의 자발적 핵무기 폐기를 높이 평가합니다. 자신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이웃을 파멸시킬 수도 있는 수단에 의존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벨라루스는 이웃과 세계를 위해 ‘달콤한 유혹’(?)을 과감히 포기하였습니다. 우리는 더불어 살고자 하는, 세계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벨라루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핵무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인류를 파멸시킬 수 있는 수단에 자신의 운명을 걸고자 하는 세력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장 벨라루스에 와서 배우고 가라고!’.


7. 양국 국민의 교류/친교활동이 대사관에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 상호이해 증진을 무엇을 했고, 향후 무엇을 할 것인지? 문명간 대화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벨라루스 국민들은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남한과 북한으로 나뉜 분단국,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 전자제품(삼성, LG 등), 자동차(현대·기아차)를 잘 만드는 나라. 하지만,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 국민들도 벨라루스에 대해 아직도 잘 알고 있지 못합니다. 저는 양국 국민간 상호이해와 신뢰 증진, 그리고 서로에 대한 많은 관심이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환경이 갖추어져 있을 경우 양국관계는 자연스럽게 발전할 것입니다.

한국은 5천년의 유구한 국가건설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옛 건축물, 전통 음악과 미술 등 찬란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한국은 대중음악과 패션 등 가장 최신의 현대문화에 있어서도 새로운 문화 현상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미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그리고 북미 등에서는 ‘한류’가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최근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에서도 K-POP, 한국영화 등 한국문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해서는 벨라루스국립미술박물관 한국전시실에 잘 소개되어 있으며, 벨라루스의 국민정서가 한국인과 유사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한류’도 벨라루스에서 크게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 벨라루스국립대학교와 민스크국립언어대학교에 한국학센터와 한국문화센터가 개설되어 있으며, 두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 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벨라루스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최근 벨라루스에 대한 한국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벨라루스의 경제적 잠재력뿐만 아니라, 특히 벨라루스 국민의 온화하고, 근면성실하고, 정직하고, 평화애호적인 성품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21세기에는 여성성이 새로운 힘의 원천으로 강조되고 있는데, 벨라루스는 새 패러다임에 적합한 국민성과 문화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사관에서는 벨라루스에 한국을 알리는 임무뿐만 아니라, 한국 국민들에게 벨라루스를 널리 알림으로써, 양국간의 상호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벨라루스에는 아주 특별한 인연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벨라루스에 거주하고 있는 약 1,300명의 고려인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뿌리인 한국을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분야에서 벨라루스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분들이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고려인협회 산하 ‘아리랑가무단’과 ‘한글학교’를 통해 벨라루스에 한국을 알리고, 양국 국민간의 이해와 교류를 증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12년은 한국과 벨라루스가 외교관계를 수립한지 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이제 어린 아이가 아니라 성숙한 어른이 됩니다. 우리 대사관에서는 20주년을 맞이하여 양국 국민들간 상호 이해와 신뢰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양국이 보다 더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첨부
MagazineBelarus(Aug.).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