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터뷰

[네팔] 홍승목 대사 / TV / 인터뷰
출처
외교부
작성일
2011.06.24
원본URL
http://www.mofat.go.kr/webmodule/htsboard/template/read/korboardread.jsp?typeID=11&boardid=754&seqno=303595&c=TITLE&t=&pagenum=20&tableName=TYPE_ASSOCIATE&pc=&dc=&wc=&lu=&vu=&iu=&du=

 

 

홍승목 주 네팔대사 / 2011.6.6(월) / TV

 

 

1. 한국의 경제성장 비결

사회자 : 한국이 두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대  사 : 50년 전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것은 "우리 한국은 인구는 너무 많은데 땅은 좁고 천연자원도 별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운명적으로 가난한 나라"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나면서 "우리 3000만 인구가 모두 자원이고 재산"이라고 하더군요. "아, 그렇다면 한국도 희망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3000만의 인구를 ‘부담’이 아니라 ‘재산’으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한국의 역사를 바꾸었다고 봅니다. 네팔도 3000만 인구를 ‘부담’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재산’으로 보는 눈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회자 : 많은 인구를 어떻게 해서 ‘부담’이 아닌 ‘재산’으로 바꾼다는 것인가요?

대  사 : 일단 ‘교육’입니다. 한국 정부는 인적자원을 개발하여 경쟁력있는 수출품을 생산하는 노동력으로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수학’ 교육을 통하여 정확성이 몸에 배도록 하였지요.) 

2. 일본의 자연재해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

사회자 : 일본의 자연재해로 인하여 한국이 더욱 유리한 입장에 섰다는 분석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대  사 : 개인적으로 총 10년을 유럽에서 살면서 그 사람들한테서 자주 들은 말이 있습니다: "독일이 감기에 걸리면 이웃나라들은 모두 기침을 한다." 한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이 감기에 걸리면 한국이 기침을 피할 수 없지요. 예를 들어, 일본의 대기업이 문을 닫으면 한국의 부품공급업체가 문을 닫게 되고, 일본의 부품공급업체가 문을 닫으면 한국의 대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지요. 농업사회에서는 종종 이웃이 잘못되면 내가 득을 보는(“One man’s meat is another man’s poison”) 수도 있지만, 산업사회 경제에는 국경이 없다고 봅니다. 일본이 빨리 정상을 회복하기를 빕니다.

사회자 : 양국 국민이 다 같이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까?

대  사 : 과거의 감정적 응어리가 약간 남아 있기는 하지만 경제에 관한 한 공동 이익체라는 인식을 공유한다고 봅니다.

3. 인도와 중국 사이의 위치한 네팔

사회자 : 한국은 중국, 러시아, 일본에 둘러싸여 있고 네팔은 인도와 중국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에서 한-네팔 양국은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국의 예에서 네팔이 배울 점은 무엇일까요?

대  사 :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던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를 극복했습니다. 네팔은 ‘인도’와 ‘중국’이라는 코끼리 두 마리의 사이에 끼어 있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기 보다는 이 두 나라를 네팔의 시장으로 보면서 활용하는(to make Nepal relevant to the two countries) 시각이 필요하겠지요. 

       4.  ‘한국영화제’를 포함한 한-네팔 문화교류

사회자 : 대사께서 부임하신 후 지난 2년 반 동안에 ‘한국영화제’를 다섯 번이나 개최하셨고 한국영화는 네팔에서 점점 인기를 얻어가고 있습니다. 네팔에는 재능 있는 영화제작자들이 있고 또 히말라야를 비롯하여 자연환경이 뛰어납니다. 한-네팔 양국의 영화산업을 연결시키는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대  사 : 영화산업은 상업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개입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수요’가 중요합니다. 앞으로 양국의 영화가 일반 영화관에서 개봉되어 많은 관객을 모을 정도가 되면 양국 영화산업의 협력은 자연스럽게 따라 오겠지요.

사회자 : 한국과 네팔은 ‘불교’라는 문화적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양국간의 우호관계를 강화할 문화교류 증진 가능성은 어떤가요?

대  사 : 불교는 한-네팔 양국의 문화를 깊이 연결하여 주는 공동유산입니다. 최근 룸비니개발계획((Lumbini development project)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네팔정부가 우선사업으로 지정하여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면 호의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5. KOICA 활동 소개 및 장래계획

사회자 : KOICA 사업의 하나로서 봉사단원들의 교육활동이 있습니다. 이 사업을 앞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 있으신지요?

대  사 : 현재 네팔에는 65명 정도의 KOICA 봉사단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40%는 수도 카트만두와 주변에, 그리고 60% 는 원격지에서 활동 중입니다. 그런데 아직 산간벽지에 파견하는 것은 주저하고 있습니다. 신변안전에 대해서 대사관에서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변안전 문제가 개선되면 봉사단원의 수도 늘릴 생각입니다.

사회자 : KOICA가 네팔에서 하고 있는 개발지원 활동에 대해 좀 소개해 주시지요.

대  사 : 중점 지원분야는 ‘ICT’, ‘교육’및‘보건’의 3개 분야입니다. 먼저‘ICT’에서는 Government Integrated Data Center(GIDC 정부종합 데이타센타)를 2년 전에 출범시켰고, 지난 달에는 Tribhuban University 에서IT Center 기공식을 가졌습니다. 또 세관의 전자통관을 현대화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또 ‘교육’ 분야에서는 지방도시 Butwal에 직업교육전문학교를 건설 중에 있고Kathmandu University에도 직업훈련원을 세울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보건’ 분야에서는 Thimi시에 ‘한-네팔 친선병원’을 건립하여 운영 중이고 ‘의료보험제도’ 도입을 위해 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6. 한국기업의 네팔투자 전망

사회자 : 여러 모로 감사합니다. 그런데 네팔은 국가개발을 위해 원조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기업가들의 네팔 투자 가능성은 어떤가요?

대  사 : 한국기업가들은 이미 투자를 위해 네팔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입니다. 다만, 최근에 네팔 측에서 정부가 자주 바뀌어 투자협상을 진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국기업가들은 시간낭비라고 생각되면 곧바로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때문에 투자협상이 성사가 잘 안 되는 실정입니다. 정부가 안정되면 상황이 달라지겠지요.



7. ‘지구 온난화 대책방안’ 요지(호주 Adelaide에서 쓴 개인 논문 소개)

사회자 : 대사께서는 특이한 교육 경력을 가지셨습니다. ‘한국’에서 법학을 공부하시고 ‘호주’에서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연구하셨지요. 또 ‘영국’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시고 ‘미국’에서는 유엔개혁을 연구하셨네요. 어떠한 계기로 여러 나라에서 각각 다른 것을 공부하시게 되었나요?

대  사 : 한국에서 ‘법학’을 공부한 것은 일반 학생과 다를 바 없고, 영국 Sussex University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한 것도 외교관 훈련을 받으러 간 것이니까 여기까지는 정상과정으로 봐야겠지요. 그 후에 Harvard 에서 ‘유엔개혁’을 연구한 것은 국제기구인 UNESCO에서 5년간 재직했던 것이 계기였습니다. UNESCO의 개혁을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생각해 내었는데 총회에서 선진국들이 예산이 드는 것은 무조건 반대하더군요. 그래서 UN 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Harvard에 가서 논문을 완성했습니다. 또 호주 Adelaide 대학교는 UN(UNEP) Scholarship으로 갔었는데, 거기서 쓴 ‘지구온난화 대책’ 논문이 우수논문으로 뽑혀 학교에서 출판되었지요.

사회자 : 지구온난화 대책 논문을 쓸 당시(1994년) 지구온난화는 아직 새로운 개념이었을 텐데 제안의 요지는 어떤 것인가요?

대  사 : "지구온난화의 책임은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는 모든 나라에 있으므로 각국이 국가배출량에 상응하는 금전적 부담을 하도록 하여 스스로 배출량을 억제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확보된 예산(각국의 부담금)으로 지구산림화 프로그램을 시행하자"는 내용입니다. ‘기후변화협약’에 제시된 ‘차등적 공동책임(common-but-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의 원칙에 따라 각 단위배출량에 대한 부담금은 각국의 경제력, 즉 ‘개인소득’(per capita income)에 비례하도록 하였습니다. 논문을 쓴 1994년 기준으로 매년 40억불 정도의 예산을 상정했었지요. 지금이라도 시작한다면 수 십 년 내에 지구를 푸르게 만들 수 있겠지요.

8. ‘UN 개혁안’ 요지(미국 Harvard에서 쓴 개인 논문 소개)

사회자 : 지구온난화 문제를 비롯하여 UN이 할 역할이 많은데 그 효율성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대사께서 제시하신 ‘유엔개혁’은 어떤 내용인가요?

대  사 : UNESCO에서 근무할 때 몇 개의 거대한 개혁안을 제시하여 동료들의 큰 호응을 얻었어요. 예를 들면, 각 학년, 각 과목의 표준교과서를 UNESCO가 주도하여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UNESCO 사무총장이 총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니까 선진국들이  "새로운 프로그램도 좋지만, 예산은 늘리지 않도록 하라"더군요.

사회자 :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같은 내용의 교육을 받으면 세계화도 앞당길 수 있겠네요.

대  사 : 선진국들의 반대를 보면서 내린 결론은 "선진국이 돈만 많이 내고 이에 상응하는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였으니 UN은 기피대상이고, 결국 피해자는 개도국"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선진국에게도 적절한 발언권을 주어서 선진국그룹과 개도국그룹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였습니다. 즉, "현재의 1국1표제를 유지하면서, 이와 병행하여 분담금에 상응하는 가중투표제를 도입한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로 동시에 과반수가 되어야 ‘과반수’로 인정한다는 것이지요. 그 대신 선진국의 대외원조예산(ODA)의 10%는 유엔을 통해서 사용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를 실시하면 UN 은 매년 200억불 정도의 대외원조예산을 집행하게 되는데, 이 제도가 선진국의 신뢰를 얻으면 10%가 20%, 30%로 느는 것은 시간문제겠지요. 

9. ‘남녀평등’ 실현을 위한 지름길(개인적 의견)

사회자 : 많은 나라에서 남녀평등 문제는 아직 요원한 것 같습니다.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강의를 하신 적이 있는데 사회지도계층에 여성이 더 많이 진출하는 것이 어떨까요?

대  사 : 한국사회는 최근까지도 전통이 강하여 30 여 년 전 내가 외교부 생활을 시작만할 무렵 외교부 선배 중에서 여성은 딱 1명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신입직원의 비율이 해마다 여성이 많아요. 여성의 잠재력이 활용된다는 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봅니다.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장차 한국에서 실현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하나 있습니다. 모든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남성 1명, 여성 1명’을 뽑는 겁니다. "남성은 남성의원을 뽑고 여성은 여성의원을 뽑자는 것이 아니라 모든 투표자가 2표씩 행사"하는 것이지요. 의회의 남녀 의원이 각각 반이 되겠지요. 그래야 되는 것 아닌가요?

10. ‘세계 속의 한국’에 관한 비젼

사회자 : 최근 한국의 젊은 층이 세계를 많이 돌아다니고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세계 속의 한국’의 identity에 변화가 오지 않을까요?

대  사 : 전통적으로 우리 한국인들은 자신이 주변 강대국에 둘러 쌓여있다는 의식이 강하여 이들을 넘어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약하였어요. 그러나 이제는 한국의 경제력도 바뀌었고 세계에서 해야 할 중요한 역할도 있어요. 젊은 세대가 세계를 다니면서 ‘세계를 향한 한국의 책임’을 깨닫는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이 세계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해야지요.